표어에 그치지 않았다. 정관수술을 한 성인 남성에게는 예비군 훈련을 면제시켜 주고, 아파트 청약에도 우선권을 줬으니 말이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출산제한은 저출산 풍조를 심화시켰고, 이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초래했다.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시안적인 정책에 매달리다가 몇년 뒤에 호된 댓가를 치루는 사례를 적잖게 경험했다. 신용카드의 길거리 판매가 대표적이다. 일시적으로는 내수경기를 크게 진작시켰는지 모르지만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를 양산, 두고두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공개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판교-파주-은평으로 이어지는 고분양가 파동이 분양원가공개 논쟁을 촉발한 것이다. 지난 2003년 9월의 첫 논란이 의원입법으로, 2004년 봄에 불거진 원가공개 논쟁은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담합행위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3차 논쟁은 잇딴 고분양가 책정이 발단이다.
특히 어제 MBC방송의 `100분 토론`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이 3차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1,2차 논란 당시 노 대통령은 "원가공개는 장사원리에 위배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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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사이에 너무도 오른 집값과 분양가로 인한 부담 탓인가.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스탠스가 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원가공개 반대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제가 분양원가공개제를 반대할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믿고 있고 많은 시민사회에서 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고 답한 것이다.
분양원가공개가 `눈앞에 보이는` 고분양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은 어떤 게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다. 원가공개로 인해 주택공급이 급격히 위축되어 기존 집값이 하늘로 치솟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분양가를 위로 밀어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분양이 잘 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또한 아파트 원가공개 사례가 자동차 가전 등 일반 소비재의 원가공개 요구로 이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
'보이지 않는 곳'을 잘 헤아리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앞선 정권들과 같이 성과를 뽐내고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원가공개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는 데에만 급급해 하면 안된다.
먼저 원가공개가 몇년 뒤 수요자 무주택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개별기업과 건설산업, 더 나아가 경기 전반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두루 헤아려야 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