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기술유출 논란, '통한의 눈물' 될 수도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6.08.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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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Life-자동차 세상]

쌍용자동차의 노사간 갈등은 '함수'가 복잡하다.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의중까지 읽어야 하기 때문.

상당수 언론은 쌍용차 노사의 대립을 보도하는 초기 접근에서 '상식'에 빠져드는 오류를 범했다. '옥쇄파업'에 들어간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논조가 주류를 이뤘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을 쌍용차 노조에 대입한 것.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쌍용차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애초 약속을 파기한 것은 쌍용차 사측이었고 그 뒤에는 상하이차의 훈수가 있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노조와의 특별협약을 통해 △고용 승계 및 유지 △신규 투자 진행 등을 다짐했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경영 부진을 이유로 554명에 대한 해고를 전격 결정한 뒤 노조에 통보했다. 또 지난해 1월 인수 이후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노조측은 억울하다며 속상해 하고 있다.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면 굳이 해고라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한 것은 노조였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간부들이 급식업체 뇌물비리 사건에 연루되며 스스로 선명성과 정당성을 잃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핵심 기술이 상하이차를 통해 중국에 유출됐다고 노조측은 폭로했다. 'L-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가져갔고 중국내 자동차업계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다. 쌍용차는 한때 레저차량(RV) 명가라 불렸듯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개발 및 생산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을 쌓아놓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잇단 교섭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기술유출 의혹, 약속 파기에 따른 신뢰상실 등을 해소하는 작업은 또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해도 이미 이뤄진 기술유출은 결국 국내 자동차업계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미래 자동차업계의 최강자를 꿈꾸고 있다. 어쩌면 이번 기술유출 의혹은 가까운 미래에 통한의 눈물을 예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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