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한해운에 이어 KT&G가 외국계 자본의 사냥감이 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KT&G는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를 비롯해 2004년 경영진을 압박했던 영국 헤지펀드 더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TCI) 등 3곳의 타깃이 됐다.
KT&G를 공격중인 스틸파트너스의 워런 리히텐슈타인 사장은 이미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만한 국내 10여개 기업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KT, CJ, 효성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파트너스는 서울 사무소 설립까지 서두르며 추가 사냥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최도성 증권연구원장은 "아이칸 외에도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외국계 기업사냥꾼과 PEF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제 기업사냥계의 사정권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현 소버린글로벌)이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하고 경영권 공격을 개시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노르웨이계 해운사인 골라LNG가 대한해운의 지분율을 21.09%까지 끌어올리며 압박을 가했고, 올해는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가 KT&G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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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우량한 재무구조와 낮은 주가 때문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187개 주요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4년 88.4%로 3년전인 2001년(117.2%)에 비해 28.8%포인트나 낮아졌다.
부채가 줄면서 자기자본은 그만큼 늘어났지만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한국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미국(2.8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대우증권은 예상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달려드는 기업사냥꾼들의 입맛에 딱 맞는 조건이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 기업들이 부채과잉 상태에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자본과잉 상태에 있다"며 "남아도는 자기자본에 대한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의 요구가 기업사냥의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도 사냥감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약한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한 M&A 전문업체 대표는 "아이칸의 KT&G 공격은 한국 시장의 분위기와 법규를 파악하기 위한 모의고사에 불과하다"며 "소버린이 초등학생이고, 아이칸이 대학생이라면 앞으로는 KKR과 같은 대학원생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