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울대 천문학과를 나왔지만 백범사상연구소에서 재야운동을 했고, 끝내는 한의사가 됐다.
그렇다면 목 좋은 곳에 한의원을 내는게 당연하겠지만 그는 그걸 강원도 오지인 방태산 깊은 산골에 차렸다. 거기서 매일 산을 타고, 약초를 캐고, 냉수욕을 한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다달아 아름아름 찾아오는 불치병 환자들을 맞는다.
그런데 그 치료라는 것이 '걷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그는 다리가 부러진 골절환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걷도록 한다. 걸어가든 기어가든 매일 아침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000m)에 있다는 개인산 약수터까지 올라가서 약수를 마시고 오게 한다.
하지만 걷는 것이 몸의 병만 고치는 것은 아니다. 세속에 찌든 습성과 욕망으로 가득찬 마음의 병을 다스리지 않고는 온전히 몸의 병을 고칠 수 없다. 걷는 것은 몸을 먼저 닦고 마음을 닦는 자기수양(先命後性)의 한 방편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쓸데 없는 것을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듣고, 너무 많은 말을 한다. 빠르고 많은 정보를 원하고,그걸 돈으로 여긴다. 시시콜콜한 남의 얘기로 가득찬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 그러나 정작 자기는 살피지 않는다.
나를 평가하는 '남'에게 비쳐진 허상이 내 안에 있는 진짜 '나'보다 더 중요하다. 나의 가치와 소득을 정하는 곳은 시장이고, 그 시장에서는 모든 것에 값을 매겨 사고 판다. 그래서 주변엔 온통 '시장주의자'들이 넘쳐난다. 그 시장에서 '나'는 상품일 뿐이다.
그러나 두발로 걸을 때 나는 나와 대화하고, 진짜 '나'를 돌아본다. 걷고, 달리고, 오르는 것은 똑같이 두발로 한다. 반드시 한발짝씩 내딛는다는 점도 같다. 남이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나는 매일 걷는다. 주중에는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휴일에는 동네에서 걷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고,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걸으려 한다. 일주일에 4번 이상, 한번 걸을 때 40분 이상, 4km 이상을 걷는다. 이른바 '4-4-4 룰'이다.
걸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내 몸의 나쁜 기운들을 내보내고 잡다한 상념들을 가라앉힌다. 가끔씩 '무념'에서 '무아'를 느낀다. 그렇게 3년 넘게 걷는 동안 체중은 11kg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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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큰 변화는 내 안에서 일어났다. 나를 느낀 것이다. 걷는 것, 그것은 '자기혁명'의 시작이자, 공짜로 행복을 느끼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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