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얼굴없는 부동산시장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5.06.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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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없는 호기가 실거래가 둔갑...줏대없는 정책도 시장혼란 한몫

현대를 `얼굴없는 사회`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을 스치듯 지나쳐 누구나 마음 속에 몰염치한 인간성을 가질 수 있고, 그러한 인성이 보편화된 현대사회를 빗댄 말이다.

얼굴없는 사회에는 타인에게 실례나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예의도, 범절도, 친절도 필요없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익명과 가명`이 보장돼 더 갈 수 없는 `얼굴없는 사회`의 타락성이 도출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은 태생적으로 얼굴없는 사회다. 속칭 `알박기`나, 본인의 얼굴을 숨긴 채 가명 차명으로 토지를 사들이거나, 미등기로 토지를 사고 파는 행위가 대표적인 몰염치다.

심지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서민의 이름을 빌어 중산층이 사들여 임대기간에는 임대수익을, 임대기간이 지나면 차익을 누릴정도로 부동산시장은 염치를 모른다.



정부가 앞장서 미등기 매물의 거래를 권유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기 도입한 분양권 전매허용이 그것이다. 미등기 상태의 분양권에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얹어져 거래됐고, 현재의 주택투기 광풍의 계기가 됐다.

경제 전문가들이 신용카드의 길거리 판매와 함께 미등기 분양권 전매허용을 대표적인 경제실책으로 꼽는 이유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에는 `얼굴없는 매물`이 `얼굴있는 매물`을 몰아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말이다. 부르는 값이라는 의미가 `호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냥 불러본 값이 `얼굴있는 매물` 행세를 한다. 아파트 거래의 실체가 없는 호가가 실거래가로 굳어지는 것이다. 강남이 그렇고, 분당, 용인이 그렇다. 호가 상승의 몰염치성은 심각하다. 주택은 사회 간접자본 시설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부녀회의 담합에 의해서든 일부 중개업소의 작전에 의해서든 매도자 일방의 희망가격이 표준가격이 되는 것은 고의적으로 타인의 인프라 시설 접근을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얼굴없는 사회`의 부동산시장은 판교를 잣대로 한바탕 집값 올리기 시합을 벌였다. 중대형 분양가가 높다고 해서 주변 집값이 튀었다. 그래서 규제했더니 입주후 차익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상승했다.

공영개발로 방향을 틀었더니 이번엔 중대형 가구수가 줄어들어 희소가치가 있다며 다시 올랐다. 호가를 올리기 위한 명분쌓기에 골몰한 모습이었다.

주택정책에 관한한 참여정부는 `얼굴없는 정부`다. 판교로 인한 집값상승의 첫번째 단초를 정부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몰염치에다 `무경험`으로 `얼굴없는 정부`는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몰염치와 관련해서는 정부는 아파트 원가는 공개하라면서 보상가의 세배에 육박하는 판교 토지원가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판교 땅값은 부풀릴대로 부풀린 채 건설업체에는 땅은 비싸게 사서, 아파트는 싸게 팔라고 했다.

무경험과 관련해서는 역시 무경험한 시민단체를 따라 개발계획이 오락가락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판교 개발의 취지가 강남대체에서 분양가 규제, 원가공개 등으로 시장기능을 무력화시키더니 급기야는 공영개발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집값은 이래도 오르고, 저래도 올랐다.

행정중심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등 대형 개발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판교 실패사례가 반복되며 또한 `얼굴없는 부동산시장`이 되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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