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세계화의 DNA?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5.01.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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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탄에 반도체공장부지 16만7000평의 가격을 놓고 한국토지공사와 삼성전자는 줄다리기를 했다.

200만원대 토지가격으로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의 주장과 땅값을 낮춰줄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이미 입주한 업체에 대해서도 인하된 땅값을 소급 적용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 때문에 쌍방은 팽팽하게 맞서왔다.

결국 정부는 가격을 깍아 주는 대신 매각대금을 무이자로 장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토록 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해결점을 찾았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침묵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예상 밖의 아이디어로 반도체 생산라인건설에 지원키로 한 것은 국가기간 산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건설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국가적 손실이 실로 막대하다. 독점적인 땅장사로 일관해 온 공기업의 방만경영에 대한 시장의 일침이 통쾌하다.



한편 공장해외건설 검토라는 고삐를 쥐고 있어 협상력이 큰 대기업의 영악함이 얄밉기도 하다. 그게 세계화 트렌드 때문에 일어나는 단막극이다.
 
공간과 시간의 세계화 단계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나 국적이 별로 의미 없는 세상이 됐다. 세금 적게 내고 땅값과 인건비가 싸고 말썽이 없으면 그만이다. 과거에는 국경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안주할 수 있었다. 지역에 충실하고 그 속에서 비교우위를 지니면 그만이었다.

이른바 지역주의 로컬리즘(Localism)의 충족이면 족했다. 교통과 통신수단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되어 지구가 작아졌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민족주의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시장을 지배했다. 20세기 중반 국제화 시대가 도래 했다.

이른바 인터내셔널리즘(Internationalism)이 등장했다. 20세기 중후반에는 기업자체가 각국으로 분화 진출했다. 세계적 대기업은 다국적 기업으로 면모를 일신해갔다. 다국적주의 멀티내셔널리즘(Multinationalism)의 팽창주의가 세계를 덮었다.


드디어 20세기 말에는 글로벌리즘(Globalism)에 입각한 세계화 시대에 진입했지만 역풍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세계화와 지역화는 균형점을 찾아야했다. 21세기는 이른바 균형주의 글로컬리즘(Glocalism)의 시대가 됐다.

세계적으로 진출하되 현지화 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시간의 개념도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겪었다. 원시시대에는 낮과 밤을 의식하면 족했다. 3000년 전 농경시대에는 1년 12달 농사를 지으면 충분했다. 300년 전 산업사회에는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 시급을 댓가로 받고 일했다.
 
30년 전부터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다. 100만분의1을 가리키는 마이크로세크(micro sec)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제 한 수 더 떠서 나노세크(nano sec)시대가 열렸다. 마이크로의 1000분의 1을 뜻하는 시간개념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도 뒤섞여 버린다.
 
문명의 종착역, 네 마리 용들의 게임자본주의
 
시장의 총아로 시간을 창조하는 문화 상품인 핸드폰이 등장했다. 절시(節時)상품으로는 디카, 3분카레, 회전초밥이 떴다. 확시(擴時)상품으로 인터넷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활시(活時)상품으로 Mp3가 떴다.

시공이 그야말로 찰나에 이동되다보니 월가에서 주식을 팔고 독일의 국채를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결제하는 세상이다. 이러한 상황이면에서는 네 마리의 거대한 용들이 각축하고 있다. 미국의 월가를 장악한 유태인 자본. 그것은 미국의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를 움직여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미·소 냉전시대 종말로 나사(NASA)에서 쫓겨난 수학자들이 월가로 진입하여 금융자본을 머니게임으로 둔갑 시킨 지 오래다. 이제 금융자본주의는 사라졌다. 이에 맞서 동남아에서 힘을 비축한 6000만 화교들의 자본이 21세기 경영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랍의 오일자본 역시 이슬람주의를 앞세워 일전불사의 자세다. 잃어버린 10년에도 끄떡없는 일본자본도 군사대국화를 노리며 머리를 들고 있다. 사생결단식 카지노자본주의가 세계화의 속내인가? 반도국가 한국인으로서 미래 폭풍대비에 마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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