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의사와 마치과 의사는 수술실과 수술시간까지 정해놓은, 한시가 급한 환자와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 옆에서 수술여부를 놓고 말싸움을 하다못해 주먹싸움까지 벌였다며 친구는 분개했다.
집을 많이 가진 게 죄다. 집을 3가구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수술칼을 들고 있는 의사와 수술은 안된다며 칼을 빼앗으려는 의사들의 다툼 앞에 촛점마저 상실한 채 누워있는 중환자다. 칼날이 이 의사, 저 의사의 손에 옮겨 다니며 수술대 위 형광들 불빛에 반사되어 번쩍인다. 이때마다 환자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병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조용히 뒤에서 일 해야할` 청와대 비서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내년부터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는 변함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싸움은 마주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시킨다.
이들의 기세싸움에 정책당국인 재경부는 꿀먹은 벙어리다. 이 문제만 그런 게 아니다. 건설경기 활성화 골프장 건설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비틀고,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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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처분 시기에 따라 많은 경우 수억원의 양도세가 왔다갔다한다. 3가구 이상 가진 사람들이 정부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더구나 거래세를 대폭 올려놓아 거래도 잘 안되는 상황이다. 거래세를 낮춰 주택시장이 움직이도록 해야한다고 수차례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문제점들 때문이었다.
"조령모개(朝令暮改)가 잦으면 전답이 있는 사람은 반값으로 팔고, 없는 사람은 빚을 내어 10할의 이자를 내며 연명한다. 아들과 딸 손자를 팔아 부채를 갚는 자가 나오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뒤죽박죽이 되는 국가정책의 혼선을 경계해 조조가 한 말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지 않은가. 부부가 함께 하는 복덕방(부동산 중개업소) 10개 중 9개가 죽을 맛이라고 한다. 3∼4년씩 동거동락하던 직원들을 다 잘라내도 임대료는 물론 생활비도 충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 살 떼내 국끓일까. 복덕방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해도 그나마 오매불망이다. "시장은 죽었다."
형광등불 밑에서 이 손, 저 손에 옮겨다니며 칼이 춤춘다. 조자룡이 아닌 선무당의 칼이다. 그래서 모골이 더 송연해진다. 올겨울, 눈은 많아도 따뜻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