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선무당의 칼춤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4.11.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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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지만 당뇨병을 갖고 있는 친구의 아버님이 위암판정까지 받았다. 담당의사는 당장 수술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마취과 의사는 오랜 당뇨병 환자여서 몸을 여는 순간 임종하게 된다며 수술에 반대했다.

담당의사와 마치과 의사는 수술실과 수술시간까지 정해놓은, 한시가 급한 환자와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 옆에서 수술여부를 놓고 말싸움을 하다못해 주먹싸움까지 벌였다며 친구는 분개했다.



이들 의사들이 입으로는 환자상태 등등을 운운하며 환자를 위했지만 실제로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들이 과거문제까지 들먹이며 서로에게 분풀이를 했다. 이것이 환자는 물론 가족들을 더욱 분노케한 것이다.

집을 많이 가진 게 죄다. 집을 3가구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수술칼을 들고 있는 의사와 수술은 안된다며 칼을 빼앗으려는 의사들의 다툼 앞에 촛점마저 상실한 채 누워있는 중환자다. 칼날이 이 의사, 저 의사의 손에 옮겨 다니며 수술대 위 형광들 불빛에 반사되어 번쩍인다. 이때마다 환자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병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무겁게 때리겠다는 건지, 1년 뒤로 미루겠다는 건지 정책꼴이 말이 아니다.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중과하던지, 뒤늦게 1년 연기 운운하다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번에는 `조용히 뒤에서 일 해야할` 청와대 비서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내년부터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는 변함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싸움은 마주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시킨다.

이들의 기세싸움에 정책당국인 재경부는 꿀먹은 벙어리다. 이 문제만 그런 게 아니다. 건설경기 활성화 골프장 건설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비틀고,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택 처분 시기에 따라 많은 경우 수억원의 양도세가 왔다갔다한다. 3가구 이상 가진 사람들이 정부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더구나 거래세를 대폭 올려놓아 거래도 잘 안되는 상황이다. 거래세를 낮춰 주택시장이 움직이도록 해야한다고 수차례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문제점들 때문이었다.

"조령모개(朝令暮改)가 잦으면 전답이 있는 사람은 반값으로 팔고, 없는 사람은 빚을 내어 10할의 이자를 내며 연명한다. 아들과 딸 손자를 팔아 부채를 갚는 자가 나오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뒤죽박죽이 되는 국가정책의 혼선을 경계해 조조가 한 말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지 않은가. 부부가 함께 하는 복덕방(부동산 중개업소) 10개 중 9개가 죽을 맛이라고 한다. 3∼4년씩 동거동락하던 직원들을 다 잘라내도 임대료는 물론 생활비도 충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 살 떼내 국끓일까. 복덕방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해도 그나마 오매불망이다. "시장은 죽었다."

형광등불 밑에서 이 손, 저 손에 옮겨다니며 칼이 춤춘다. 조자룡이 아닌 선무당의 칼이다. 그래서 모골이 더 송연해진다. 올겨울, 눈은 많아도 따뜻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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