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관기관이 살아가는 법

머니투데이 이백규 기자 2004.11.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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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회의는 재경부 OB모임"....작년 증권사 부담금 3300억원에 고임금 비난

지난 10월말 증권사 노조협희회 소속 증권노동자 2000여명이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증권사들이 주식 불경기로 죽을 맛이니 업무영역확대 등을 통해 살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노조가 할 말인지 증권업협회는 뭐 하고 있는 건지 헛갈리지만 조합원들은 더불어 유관기관에 내는 부담금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시위의 주도 역할을 한 현대증권 노조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증권유관기관은 금감원,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코스닥시장, 증권예탁원 5곳과 관련기업으로 증권전산, 증권금융이 있다. 유관기관 5곳에 증권사들이 지난해 낸 각종 부담금은 3300억원. 금감원 감독분담금 300억원, 거래소 회비 1838억원, 예탁원 수수료 460억원, 협회비293억원,코스닥 중개수수료(ECN포함) 236억원, 협회 중개시장운영비 125억원, 기타 52억원등 3305억원이다. 거래소 정률회비 경우, 2001년 921억원, 02년 1486억원에서 급증추세이며 다른 기관 부담비도 비슷한 추세다.

감독분담금을 제외하고 명칭만 달리한 각종 부담금은 거래대금의 0.0109%다. 키움등 온라인 증권사들이 고객에서 받는 수수료가 대체로 0.03%, 큰 손 고객은 0.01%이다.



큰 손 고객의 경우 10억원 거래하면 온라인증권사가 남기는 수수료 수입은 10만원 이지만 증권사가 유관기관에 갖다 받쳐야 하는 부담금은 10만9000원으로 9000원 손실이 난다. 증권사 노조는 부담금 감축을 주장, 협회로부터 4분기 3개월치 감면을 따낸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식거래비용은 지난 99년 거래액 대비 79bp로 미국(25bp)과 홍콩(44bp)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며 그러나 "정부나 유관기관 어디도 이를 재조정하는데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증권거래소는 임직원 442명의 인건비로 지난해 335억9400만원을 지출, 1인당 인건비가 7600만원에 달했다. 증권예탁원은 임직원 482명의 급여로 335억1300만원을 지출해 1인당 인건비는 6952만원이었지만, 복리후생비(50억4400만원)을 포함할 경우 7999만원이었고 코스닥시장도 급여 평균은 6705만원이었지만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7461만원이었다.


증권금융은 239명 인건비로 196억원을 지출해 평균 8219만원으로 최고인 반면 협회는 단순 인건비 계산에서는 6811만원이었지만 인건비에 퇴직급여 등이 포함된 상태여서 이를 빼면 6000만원을 간신히 넘겨 최하위였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적자회사가 속출하는 증권사와 달리 유관기관은 인건비를 제하고도 매년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며 무려 1조1593억원의 유보금을 쌓아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거래소가 3695억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예탁원(2935억원) 증권업협회(1732억원) 증권금융(1532억원) 코스닥증권시장(1177억원) 증권전산(522억원) 순이다.

부실화나 회수에 대비한 충당금 설정 및 설비확장용 자금을 제외하곤 저리의 주식매입용 대출 재원등 증시 활성화와 증권사 구조조정 지원자금으로 활용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정원을 초과하는 반면 하위직급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도 문제다. 증권거래소의 경우 부장은 22명으로 정원 19명을 3명 초과했으며 차장(+4명) 과장(+12명) 대리(+12명) 등이 정원보다 많았으나 사원급은 정원(135명)보다 훨씬 적은 57명에 그쳤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제기된다. 최근 10년간 유관기관과 기업 이사장(사장)을 거쳤거나 재임 중인 25명의 출신을 조사한 결과 재경부(재무부)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기획원(3명) 국세청(2명) 출신이 일부 차지, 관료출신이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는 증권사와 은행, 언론 등 출신이었다. 그래 유관기관장이 모이면 재경부 OB 모임같다고 한다.

증권시장은 유관기관들이 증권을 사고 팔수 있는 판(시장)을 만들고 매매과정에서 공공성격의 역할과 동시에 증권사 지원 업무를 해주는 대신 증권사로부터 회비나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돼있다.

증권사 노조 협의회 한 간부는 "유관기관들이 증권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활로를 찾기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로 예정된 통합거래소 출범을 계기로 유관기관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 부위원장은 "증권업 협회가 필요하지도 않은 증권사 광고문안 사전검열을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동원증권이 상살의 수수료 덤핑 광고를 내는 것을 승인해줬고 이는 명백한 업계 공동 이익을 위한다는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측은 "재경부나 감독원, 거래소, 협회 어디도 증권시장 활성화나 증권산업 육성에 적극적이지 않아 할수 없이 노조가 나서게 됐다"며 유관기관의 통폐합, 경영혁신, 자체 수익원 찾기, 인력 경비절감 등을 통해 부담률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1월말 변양호 금융정보분석원장은 2년9개월의 두번째 최장수 금정국장 재임을 마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통합거래소 추진이었고 그래서 성사된데 따른 보람도 컸다고 말한 바있다.

조흥은행 매각도, 외국계의 국내은행 증권사 잠식도 증권유관기관 만큼 복잡하지도 않았고 또 유관기관 정리가 어렵지만은 꼭 해내야 한다는 중요성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01년도엔 이근영 금감위장이 유관기관 통합을 선언했다가 조직적 반발에 직면, 중도 포기한 바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재경부와 감독위, 거래소 협회등 유관기관과 그들의 노조, 증권사와 또 그들의 노조, 투자자와 증시의 활성화 및 본래 기능회복, 증권산업의 육성.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증권시장을 둘러싼 집단들의 동상이몽을 누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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