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남처녀, 강북총각과 결혼하다"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4.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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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학원 프리미엄에 도전

6개월 전쯤 자영업을 하는 사장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사업이 잘 안돼 강남 아파트를 처분, 강북에 집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사업자금으로 쓰려했는데 딸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이 "강북에서 어떻게 살아? 나 시집 못 가면 어떻게?"하면서 흐느끼더라는 것이다. 딸아이가 잘못 컸다는 생각에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어린 딸의 생각은 요지부동이었다. 강북에서는 못 살겠다고….

지난주의 "진짜 부자는 강북에 더 많다"는 기사가 6개월만 빨리 나왔어도 그 사장이 강북에 대해 마음의 벽을 닫고 있는 딸내미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강북도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고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강남집값의 1등 공신은 `학군과 학원 프리미엄`이다. 민사고 등 특목고와 명문대학 입학이 유리한 학군과 즐비한 명문 입시학원들이 학군.학원 프리미엄의 핵심이다. 바로 이것이 강북부자에게 `진짜`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아닐까.

그런데 학군ㆍ학원 프리미엄에 이상 조심이 감지되고 있다. 대청중학교를 입학하기 위한 위장 전입자가 이번 여름방학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치동 일대 학원수강을 위한 지방 학생들의 원정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강남 전셋값은 서울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달 현재 서울지역 전셋값이 연초대비 1.61% 하락한 반면 강남구 전셋값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4.41%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강남 오피스텔 가격의 내림세가 뚜렷하며 학원매물이 급증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학군ㆍ학원 프리미엄이 또한번 도전을 받고 있다. `EBS수능방송`에 이은 교육제도 개편안이 학군ㆍ학원 프리미엄을 위협한다. 2008년부터 도입되는 새입시제도의 핵심은 내신성적이 입시 당락을 좌우,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지역의 학교를 다니면 대학입시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좋은 학교, 좋은 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학군ㆍ학원 프리미엄은 과연 자취를 감출까.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새입시제도로 인해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높은 내신을 받고, 좋은 학력을 갖추도록 `강북학교`, `강남학원`을 다니게 작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강북 광진구나 성동구 등 강북소재 학교를 다니면서 다리만 건너면 강남의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각광을 받지 않을까. 교육열은 높지만 자금이 딸리는 학부모는 남양주 덕소나 성남 하남 등지를 노릴만 하다. 팔당대교를 이용하면 강동구나 분당 등지의 입시학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생각이지만 `강남의 학군.학원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대신 강남진출입이 용이한 지역의 `강북학교ㆍ강남학원 프리미엄`이 대신하는 셈이 된다. 대학입시제도가 집값을 좌우하는 지구 유일의 현상과 인식을 고칠 묘안이 없는 게 유감이다. 다만 새입시제도로 `강남 처녀`가 `강북 총각`과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에 위안을 찾아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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