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몰입의 행복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3.11.18 20:56
글자크기
 애들과 어른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애들이다. 아이들은 때로 징징거리기도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웃고 떠들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그들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래밭에서 두꺼비 집을 짓거나, 숨바꼭질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그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이대로 괜찮은지, 미래에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등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할 뿐이다. 몰입은 행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주위가 산만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회사에서는 집을 생각하고, 집에서는 회사의 영업목표에 대해 근심한다. 술을 먹을 때는 공장 얘기를 하고, 공장에서는 어제 밤 회식에 대해 화제를 꺼낸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 생활에도 몰입하지 않는다. 출근할 때 영혼은 집에 두고 몸만 와서 어영부영하면서 하루를 보내다 집에 가곤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100% 몰두하지 못하며 정신적 부재의 상태에서 '본심이 아닌 채' 지낸다. 본심이 아니라 함은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동일한 장소에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늘 피곤하고 불행하게 느낀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몰입은 불안과 권태의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한없이 쓸 때 사람은 어떤 일을 하건 그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 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다. 몰입은 행복을 가져온다. 몰입은 에너지와 활기를 가져온다.

 축구경기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지게 되어 있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몰입할 수 있다." 앤드류 카네기의 얘기이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 삼망(三忘) 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병사가 잊어야 할 세 가지를 일컫는 말이다. 전쟁에 나가서는 가정을 잊고, 싸움에 임해서는 부모를 잊고, 공격의 북소리를 듣고는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얘기다.



 몰입을 할 수 있으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과와 연결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의 특징은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오랫동안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이다. 일 못하는 직원의 특징도 마찬가지이다. 집중하지 못하면 성과와 연결될 수 없다. "노트 필기의 양을 줄이고 선생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 습관을 들이면 시험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시험문제의 대부분을 맞출 수 있다." 공부기술이란 책을 지은 조승연씨의 얘기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움직이지 않는 마음'에서 온다. 산스크리트로 그것을 사마디(samadhi). 즉, 삼매라고 부른다. 마음이 평안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면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이나 풍경이 나타난다 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분노로 가득하면 칭찬조차도 욕으로 들리고, 맛있는 음식을 보아도 침이 넘어가질 않는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 움직이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경영이란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과 함께 그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자신을 알고, 사람을 알고, 비즈니스를 아는 것이 리더십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고, 더 알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이 회사 일에 몰입하지 않는 것일까,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경영자들은 이런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