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가속' 엔·달러 158엔 돌파…시장 개입 부르나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4.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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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엔·달러 환율이 26일(현지시간) 158엔을 돌파하며 1990년 5월 이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엔화가 달러를 상대로 가치가 더 떨어졌단 의미다. 하루 전 일본은행이 금융정책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동결한 뒤 당분간 완화적 정책이 이어지겠다고 예고한 데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또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자 달러 매수·엔화 매도 흐름이 가팔라졌다. 시장은 일본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개입에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158엔을 뚫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장중 158.44엔을 찍었다.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2.6%를 상회하자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강화되면서 달러를 상대로 엔저 흐름이 가속됐다.

반면 일본은행은 앞서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될 방침을 밝혔던 터다. 미·일 금리 격차를 의식한 반응이 엔화 하락세에 불을 댕기면서 엔·달러 환율은 치솟았다.



당초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엔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됐으나 일본은행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될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행은 단기 금리를 현행 0~0.1%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국채 매입 규모도 지난달 결정한 지침대로 월간 약 6조엔(약 53조원)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 "그때그때 경제물가 금융정세에 달렸다는 생각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 향하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소캐피털마켓의 차루 차나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이번에도 일본은행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도 놀랄 만한 비둘기 메시지를 띄웠다"면서 "우리는 엔화 하락을 막기 위한 개입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입이 있어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정책 메시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입의 효과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엔·달러 환율 3개월 추이. 환율이 올랐다는 건 달러를 상대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단 의미다.엔·달러 환율 3개월 추이. 환율이 올랐다는 건 달러를 상대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단 의미다.
엔화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가치가 11% 넘게 떨어진 상태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미국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반해 일본은 제로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 근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당국은 엔저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쳐왔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6일 일본은행 회의 후 환율이 156엔을 돌파하자 정부가 환율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통화 전략가는 "엔화가 여기서 더 떨어지면 개입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서 "중요한 건 환율 자체가 아니라 엔화 하락 속도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실제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다음 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관측이 한층 후퇴한다면 환율 개입이란 선택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이 마지막으로 시장에 개입한 건 2022년 9월이다. 당시 일본은행의 비둘기 발언 후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두 달 동안 9조엔 넘는 돈을 시장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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