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하이브 사옥 앞. 이곳에는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한 외국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해외 팬들에게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내홍에 대해 묻자 "잘 안다"고 대답했다. 케이(K)-팝을 좋아해 여행을 왔다는 프랑스 여성 A씨는 "트위터에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얘기가 들었다"며 "무엇보다 아티스트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국내외 팬들은 K-팝 명가의 '집안 싸움'이 격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명예를 최우선하는 동시에 경영권 침탈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24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앞에 뉴진스의 일부 팬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일부 팬들은 전날 하이브 사옥 앞에 시위용 트럭을 설치하며 이번 갈등에 '참전'했다. 트럭의 전광판에는 "버니즈(뉴진스 팬을 이르는 말)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 지지한다", "민희진은 더 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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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민 대표 주장을 두고 팬들 시각은 다양했다. 뉴진스 팬이라는 29세 강모씨는 "모든 일의 시초가 '같은 하이브 내 타 레이블 출신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것이라면 공론화가 아닌 내부적으로 해결했어야 했다"며 "지금은 두 아티스트 모두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최모씨는 "회사 대표로서 뉴진스라는 IP(지적재산권)를 지키기 위해 문제 제기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이브의 자본력 만큼 어도어의 브랜딩 능력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 "수사기관 고발 예정"… 어도어 "경영권 찬탈 의도 없었다"
어도어 A 부대표(우측)와 민희진 대표(좌측)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하이브 제공
민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찬탈 계획도, 의도도, 실행한 적도 없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케이팝을 응원해온 팬들의 힘이 빠지는 대목이다. 데뷔 때부터 뉴진스 팬이었다는 30대 김모씨는 "하이브의 개인 사찰, 무속인 조언 등 여러 논란이 계속 나오는데 중요한 건 증거 싸움인 것 같다"며 "지금은 신중하게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김모씨 역시 "지금은 여러 의혹이 쏟아져서 어떤 게 진실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어도어는 2021년 하이브가 자본금 154억원을 출자해 만든 가수 레이블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민희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민 대표가 데뷔시킨 뉴진스는 2022년 데뷔와 함께 케이팝 대표 걸그룹으로 올라섰고 어도어도 지난해 매출액 1103억원의 기획사로 성장했다.
서울 용산구의 하이브 사옥. /사진=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