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럽 '빌트인' 침투한 삼성전자…10년만 1위된 비결

머니투데이 밀라노(이탈리아)=한지연 기자 2024.04.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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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양판점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에 마련된 삼성전자 매장/사진제공=삼성전자이탈리아 밀라노 양판점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에 마련된 삼성전자 매장/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제품의 발상지 '유럽', 유럽 브랜드 보쉬·지멘스와 밀레, 일렉트로룩스가 꽉 잡고 있는 유럽 가전 시장에 삼성전자 (81,300원 0.00%)가 '침투'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찾은 이탈리아의 가전 거리,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Scavolini)', '루베(Lube)'를 찾았다.



이탈리아는 빌트인 가전이 전체 가전 시장의 54%를 차지한다. 가구를 구입하러 오면 빌트인 가구 사이사이 위치한 냉장고와 오븐, 식기세척기, 쿡탑 등 가전까지 함께 디자이너와 상의해 한번에 맞춘다. 이 때문에 가전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스카볼리니, 루베, 아레도3 등 5대 명품 주방 가구 업체들과 함께 유럽 가전 브랜드가 장악했던 빌트인 시장을 공략해왔다.

삼성전자의 듀얼 콤플렉스 오븐, 윗 칸과 아래 칸을 구분해 사용하고 윗 칸 문만 열 수 있다/사진=한지연기자삼성전자의 듀얼 콤플렉스 오븐, 윗 칸과 아래 칸을 구분해 사용하고 윗 칸 문만 열 수 있다/사진=한지연기자
스카볼리니 매장으로 들어서자 콘셉트 별 주방 빌트인 가전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삼성전자의 듀얼 오븐이 위치한 주방이 가장 메인에 위치했다. 삼성전자는 오븐을 중요시하는 유럽 식문화를 고려해 '듀얼 콤플렉스 오븐'을 내놨다.



오븐은 두 칸으로 나뉘어 윗 칸엔 고기, 아래 칸엔 디저트인 빵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 윗 칸을 열어 고기를 열어 플레이팅하는 동안 빵이 식을 염려가 없다. 오븐의 열 순환 덕분에 양 칸의 냄새가 섞이는 일도 없다.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루베'의 빌트인 가구에 삼성전자 오븐이 설치된 모습/사진=한지연기자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루베'의 빌트인 가구에 삼성전자 오븐이 설치된 모습/사진=한지연기자
루베 매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하이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오븐 등을 품은 빌트인 가전이 한켠에 있었지만 정 가운데 삼성 오븐을 품은 빌트인 가전이 자리 했다. 양판점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도 배치가 비슷했다.

구석에 마치 한국의 중고 매장처럼 새하얀 냉장고들이 빽빽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별도의 고급스러운 매장을 마련해 유럽의 가정집처럼 꾸몄다. 가전·전자 브랜드별로 브랜드 스토어를 꾸며 차별화된 제품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라이팅하우스'프로젝트다. 이곳에선 삼성만의 'AI(인공지능) 마법'이 펼쳐진다.

TV와 모바일, 기기들이 AI와 스마트싱스(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로 서로 연결된다. 패밀리 허브 냉장고의 스크린으로 다른 제품들도 제어하고, TV나 스마트폰에서 보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전에서 이어보기를 할 수 있다.


유럽 기준 에너지 효율 A등급보다도 10% 효율이 더 좋은 삼성전자 냉장고/사진=한지연기자유럽 기준 에너지 효율 A등급보다도 10% 효율이 더 좋은 삼성전자 냉장고/사진=한지연기자
이 곳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과 '지속가능성'이다. 유럽은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절감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에너지 효율 A등급 보다도 최대 40% 추가 절감할 수 있는 비스포크 AI 세탁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플랫폼)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은 '덤'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3일 글로벌 런칭행사에서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를 55.9% 낮춘 와이드 BMF 냉장고를 유럽시장 대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비스포크 AI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현지 모델이 사용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비스포크 AI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현지 모델이 사용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빌트인 가구 브랜드들과의 강력한 협업, 높은 에너지 효율, 가전끼리의 효과적인 AI 연결로 삼성전자는 '유럽 맞춤형+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폴란드에 냉장고·세탁기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유럽용 제품 판매를 강화했다.

이탈리아에서 2013년부터 프리스탠딩 가전 시장 1위를 지켜 왔으며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가전 시장에서도 2022년 1위로 올라섰다. 또 이탈리아에서 2011년부터 브랜드 인지도 1위를 이어오고 있다. 2023년 4분기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10명 중 8명이 삼성 제품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규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유럽 빌트인 가전시장에서도 AI 기반의 편의성과 높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AI 기반의 스마트한 연결 경험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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