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함부로 쓴다" 생일에 꽃 선물한 초등생 때린 계모…판사도 '울먹'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4.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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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생일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온 아들을 쇠자로 때리거나 밥을 주지 않는 등 초등학생 형제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계모와 친부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40대)와 친부 B씨(40대)의 선고 공판을 열고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장기간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해주지 않았다"며 "훈육을 빙자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는 등 신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도 피해 아동의 행동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은 피해 아동에게 한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 아동이 겪은 것을 고려하면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 아동이 '아버지의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친척들의 종용으로 인한 가능성이 커 보여 유리한 양형 요소로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경기도에 있는 주거지에서 초등학생 형제 C군(11)과 D군(10)을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어린 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술에 취해 D군의 얼굴을 코피가 나도록 때리기도 했다.


또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밥을 굶기거나 주먹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때린 뒤 멍이 들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였던 2022년 12월 24일에는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며 집에서 쫓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C군과 D군을 함께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의 범행은 집에서 쫓겨난 형제의 연락을 받은 고모부가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형제가 다니던 학교의 교사도 몸에 멍이 든 채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끝없는 후회와 죄책감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며 "단 하루도 마음 편히 밥 먹고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꼭 아이들에게 사죄하고 싶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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