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만난 시진핑 "과잉생산보다 서방 보호주의가 더 문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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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문한 올라프 숄츠 총리 "중국과 소통·협조 강화 원해…대립·대결에 찬성 않는다"

[충칭=신화/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각) 중국 산업 중심지 충칭에 있는 보쉬 수소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04.15. [충칭=신화/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각) 중국 산업 중심지 충칭에 있는 보쉬 수소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04.1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중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국가들이 제기한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이슈에 대해 반박하고 "보호주의가 고개를 드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16일 오전 독일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 중인 숄츠 총리를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만났다.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의 전기차와 리튬 전지, 태양광 제품 등 수출은 글로벌 공급망을 풍부하게 하고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저탄소 전환에 크게 공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독일은 모두 산업을 통해 나라를 일으켰고(實業立國), 자유무역과 경제 세계화를 지지한다"며 "(과잉생산 문제보다) 보호주의가 고개 드는 것을 경계하고, 시장의 관점과 글로벌 시야를 견지하며, 경제 규칙에서 출발해 객관적·변증법적으로 생산 능력 문제를 바라보면서 더 많이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EU(유럽연합) 등 서방은 최근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과잉생산 및 저가공세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지난 4~8일 방중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방중 기간 시종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했고, 출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독일의 입장도 기본적으로 같다. 숄츠 총리는 전날 상하이 퉁지(同濟)대학 강연에서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덤핑, 과잉 생산, 지적재산권 침해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독일은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완곡하지만 분명하게 서방의 과잉생산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앞서서도 중국의 산업생산은 시장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자국의 전기차·태양광 제품 공급이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시 주석의 주장과 일치한다.

공급망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대화는 전반적으로 협력 쪽으로 기울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독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고, 서로에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중·독 협력은 양국과 세계에 이롭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독일의 산업·공급망은 깊이 연결돼있고, 양국 시장은 고도로 의존적"이라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 역시 "현재 독·중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고, 층위별·영역별 왕래가 긴밀하다"면서 "독일은 중국과 소통·협조를 강화해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하고, 다자 국제 질서 수호와 세계 평화·발전 촉진에 힘쓸 용의가 있으며, 대립·대결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미국을 넘어서 중국과 가장 많은 교역량을 기록했다. 독일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산업의 폭스바겐 등은 중국에서 대부분의 실적을 내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역시 중국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독일 총리가 마냥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한편 이날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충돌이 나선형으로 고조되거나 심지어 통제불능 상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각 당사자는 조기 평화 회복에 힘써야 한다"며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이 승인하고 각자 평등하게 참여하며, 모든 평화 방안이 공평하게 토론되는 국제회의를 제때 개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해선 "(휴전이 핵심인) UN 안전보장이사회 제2728호 결의를 이행해 사태의 확대·악화를 방지하고,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진입이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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