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더 세고 매워진 마동석의 주먹맛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4.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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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가득해도 가슴을 뻥 뚤어주는 바로 그 맛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벌써 돌아왔네?!’

마동석 주연의 시리즈 영화 ‘범죄도시’가 1년 남짓 만에 4편으로 극장가에 컴백한다. 2022년에 개봉한 2편이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 2023년에 개봉한 3편이 ‘엔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 기록을 세운 만큼 4편이 어떤 흥행 타이틀을 거머쥘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3편부턴 시리즈에 대한 피로도와 자기 복제에 대한 지적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를 말끔히 만회하진 못해도 4편은 여전히 대중이 ‘범죄도시’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한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본 얼개를 형성했다. 2편부터 극악한 악당의 신고식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그 다음에 오프닝 타이틀이 뜨고, ‘범죄도시’ 시리즈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뒷모습 등장 신이 나온다. 소동이 벌어지는 범죄 현장에 나타난 마석도 형사가 주특기인 힘과 말재간으로 범인과 관객들을 동시에 제압하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4편도 기존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김무열이 연기하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의 악랄함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익숙한 ‘범죄도시’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고, 마약 제조범들을 급습하는 현장에 마석도 형사가 나타난다. 늘 그래왔듯 ‘괴물 형사’다운 괴력과 유행어 대사를 노리는 듯한 말 개그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마석도 형사, 아니 마동석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반가운 안도감이 든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번 실제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1편의 조선족 범죄조직 폭력 사건, 2편의 한인 관광객 납치 사건, 3편의 한국과 일본의 역대 최대 마약 밀매 사건에 이어 이번엔 불법 온라인 도박조직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태국 파타야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한국인 프로그래머를 상습 폭행하고 살해한 ‘파타야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마석도가 통쾌한 응징에 나선다.

‘범죄도시 4’는 시리즈 최고 흥행작(1,269만 명)이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2편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2편이 베트남을 배경(으로 했지만 코로나 이슈로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4편은 필리핀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2편에서 악당 강해상(손석구)의 주 무기가 마테체였다면, 4편에선 악당 백창기의 주 무기가 단검이다. ‘범죄도시’의 신스틸러인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의 활약이 두드러진 점도 2편과 4편의 공통점이다. 범죄 코미디 장르에서 전형적인 감초 역할을 박지환이 이번에도 제 몫 이상을 해내며 큰 웃음을 안긴다.

‘범죄도시 4’의 액션은 과연 어떨까.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무술감독을 맡아온 허명행 감독의 연출작이기도 한 4편은 ‘범죄도시’의 한 축인 액션을 한층 강화했다는 인상을 확연히 심어준다. 허명행 감독이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단검을 쓰는 백창기의 날렵한 액션이 두드러진다. 백창기의 실력을 부각하면서 새로운 악당이 마석도에게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드러낸다. 마석도와 백창기가 맞붙는 클라이맥스 장면도 장소 선택이나 두 배우의 합, 액션 연출 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역력하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인 악당 캐릭터를 홍보하는 전략도 제대로 통했다. ‘범죄도시’는 2편부터 전편 흥행 시기에 후속편에 나올 빌런 캐릭터를 미리 공개하고 기대감을 은은하게 오랫동안 달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손석구, 이준혁에 이어 ‘범죄도시 빌런’ 바톤을 이어받은 김무열의 열연은 마동석과 공동 주연을 맡은 범죄 액션 영화 ‘악인전’(2019)을 떠오르게 한다. 4편의 또 다른 악당인 이동휘의 능청스러운 악역 연기도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한다면 ‘범죄도시 4’가 아쉬울 수도 있다. 만듦새나 캐릭터 활용 면에서 단점들이 여러 번 포착되지만, 그럼에도 작은 변화와 개선이 더 눈에 띈다. 시리즈의 문제점이기도 했던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나 의미 있는 특별 출연 등 영화의 기조를 유지하되 정체되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끄는 제작자 겸 배우 마동석의 추동력이 아직도 강력하게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힘으로 작용한다. 더 세고 강한 주먹과 웃음을 장착한 ‘범죄도시 4’의 업그레이드된 펀치 기술을 마음껏 즐기고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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