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최대주주 유지할듯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남이 기자 2024.04.16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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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기업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그래픽=이지혜워크아웃 기업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그래픽=이지혜


태영건설이 수천억 원 규모의 대주주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후에도 최대주주 TY홀딩스의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 금호산업 등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은 대부분 최대주주 변경, 오너일가의 경영권 상실을 겪었다는 점에서 태영건설 사례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TY홀딩스가 계열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키로 한 워크아웃 자구안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출자전환, 신규자금 투입을 결정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선 특혜논란이 부담이 될 수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오는 18일쯤 태영건설 전체 채권자를 대상으로 기업개선 계획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6일 주요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 방안, 59개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장 처리방안, 회사 경영관리 방안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말 기준 자본총계가 -635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대주주 감자비율과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이번 기업개선 계획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후에도 태영건설 지분 27. 8%를 보유한 TY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최대주주 지위를 잃지만 태영건설은 출자전환 과정에 채권단뿐 아니라 TY홀딩스도 참여한다.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대출 일부를 출자전환한다. 이와 별도로 TY홀딩스 역시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 일부를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단일 채권자론 TY홀딩스의 출자전환 규모가 가장 클 수 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에도 기존 최대주주 지위가 유지되는 것은 태영건설이 사실상 유일하다. 2010년 금호산업, 2013년 쌍용건설도 채권단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변경됐다.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도 수조 원 규모의 출자전환 후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잃고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다른 계열사도 다 망가졌지만 태영건설은 태영을 빼고 다른 계열사는 건실하다"며 "최대주주가 자회사 매각자금을 대여하는 사례가 과거에는 없다 보니 태영건설 사례가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TY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유지와 오너일가의 경영권 행사 가능성이 '특혜'가 될 수 있어 채권단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만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채권단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율이 최대주주와 맞먹을 만큼 상당할 수 있고 워크아웃 기간에 오너일가의 경영권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반론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2월 태영건설이 채권단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이 담보로 잡혀 경영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기업개선 계획에는 5월에 만기도래하는 4000억원 규모의 채권단 대출 연장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자전환 이후 남는 채권단 대출은 일정수준의 이자 하향조정도 예상된다. 아울러 59개 PF사업장 중 브릿지론 사업장은 상당수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공동시공 사업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 지난해말 기준 티와이홀딩스에게 차입한 규모/그래픽=조수아태영건설, 지난해말 기준 티와이홀딩스에게 차입한 규모/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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