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체결한 '황산취급 대행 계약'도 끊는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4.04.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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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은 오는 6월 30일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한다고 15일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현재 20기의 황산 탱크를 운영하며,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보내는 40만톤(20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톤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까운 동해항(거리 약 65km)이 아닌, 당사의 온산제련소(약 300km)를 활용해 황산을 수송해 왔다"며 "영풍이 고려아연 측에 위험물질 관리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이어 "당사 배출량 외에 위험물질의 추가적인 외부 반입으로 인한 당사의 사회,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이를 안전하게 산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돼온 양사 협력관계를 감안해 영풍 측에 사전 통지와 함께,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는 상호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영풍 석포제련소가 실제 고려아연에 위탁하는 연간 황산 물량은 현재 19만톤 수준인데, 이는 석포제련소와 가까운 동해항으로 옮겨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는 고려아연의 이같은 결정이 영풍과의 '75년간 동업관계'를 종식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영풍그룹은 공동 창업주 고(故) 장병희, 최기호 회장이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영풍 계열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며 갈등이 시작됐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 고려아연은 한화와 현대차로부터 연달아 투자를 받았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영풍 측 지분은 줄었다. 지난달 주총에서 고려아연과 영풍 측의 표대결 양상이 불거지며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최근 양사의 제품 판매를 맡던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을 위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달 들어선 고려아연이 본사를 서울 강남 영풍빌딩에서 종로 그랑서울로 옮기고,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는 등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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