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의 반란, 한미사이언스-OCI 통합 불발(종합)

머니투데이 화성(경기)=구단비 기자 2024.03.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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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경기 화성시 정남면 세자로 SINTEX에서 개최됐다. /사진=머니S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경기 화성시 정남면 세자로 SINTEX에서 개최됐다. /사진=머니S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벌어진 창업주 가족의 경영권 분쟁을 결정 지은 것은 소액주주들이었다.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했는데 소액주주의 표심이 이를 좌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34,300원 ▲750 +2.24%) 정기주총에서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 6명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입성이 불발됐다
이로써 한미약품 (324,000원 ▲7,000 +2.21%)그룹과 OCI (95,800원 ▲2,300 +2.46%)그룹의 통합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전날까지만해도 모녀 측은 현재 43%가량의 지분을 얻어 소폭 앞서고 있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특수관계자와 재단을 포함해 35% 지분과 국민연금 7.66%, 사우회 0.33%가량을 더한 숫자다. 형제 측은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 28.42%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 12.15%를 합한 40.57%를 확보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모녀 측을 지지하면서 이들이 승리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소액주주들이 이런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도 평가된다.

소액주주의 지분이 17% 정도였는데, 결과를 놓고 볼 때 소액주주들의 상당수가 형제 측에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의 승리가 확인되자 현장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지난해 북경한미약품의 순이익률이 25%에 이르렀다"며 "한미약품은 10% 미만으로 안다. 북경한미약품을 이끌었던 경험자로서 한미약품의 순이익률 30% 도달을 약속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임종윤 사장의 편에 서면서 "소액주주들이 장기적 차원에서 자신과 한미그룹, 한국 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개인주주들이 외면받지 않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진행한 모녀 측은 이날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앞서 주총에 등장한 이우현 OCI 회장도 주총 중 자리를 떴다. 주총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은 의장을 맡은 신 전무를 향해 "좀 전에 본인을 '전무이사'로 소개했는데 등기이사가 맞냐"고 물었다. 신 전무가 본인을 '전무이사'라고 소개한 후 "등기이사가 아니다"고 답하자 임 전 사장은 "사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날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주식은 6776만3663주, 주총 출석주식수는 5962만4506주로 전체의 88.0%에 달했다. 출석주주수는 본인과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 2160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OCI홀딩스 (97,300원 ▲1,000 +1.04%)는 이날 한미사이언스 (34,300원 ▲750 +2.24%)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는 창업주 장·차남 측 이사진이 전원 선임된 데 대해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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