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공간 컴퓨팅 SW(소프트웨어) 및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A사 관계자의 얘기다. 이 회사도 일정 시점 이후의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수년 전 외부 투자를 유치했는데 상장 환경이 최근 1,2년 새 팍팍해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앞서 공모가를 부풀려 상장해 놓고서는 정작 부진한 실적흐름을 이어가는 선배 상장사들 때문이다.
같은 해 8월 상장한 보안 기업 시큐레터 (6,550원 ▼260 -3.82%) 역시 2023년 연간 매출 전망치를 57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주주총회 공고에 공시한 실제 매출은 25억원으로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영업손실도 전망치(-34억원)보다 훨씬 큰 55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커리어·채용 플랫폼 기업 오픈놀 (5,550원 ▲30 +0.54%)이 전망치(256억원)보다 살짝 밑도는 25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망치(45억원)를 크게 하회한 13억원에 불과했다.
물론 공모가를 책정하는 시점에서 할 수 있는 합리적 추정으로도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의 변화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당국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장한 곳들은 과도하게 낙관적 전망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으니 문제가 없겠지만 그 이후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에 요구되는 최소 매출기준이 상향된 것 같다는 소문도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 사이의 괴리가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SW·보안 업종에 대한 투심을 다시 차갑게 돌아서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업들 뿐 아니라 이미 공모절차에 착수한 기업들, 올해 중 상장을 타진하려는 기업들까지 영향권에 들어간다. 시장에서의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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