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넘치네... LG, 밸류업에 주가 레벨업?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03.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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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LG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기업 밸류업 흐름에 LG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LG가 상당한 보유현금을 기반으로 전향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연일 높이고 있다.

13일 증시에서 LG는 4500원(4.72%) 오른 9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기관투자자가 17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는 두 달 만에 3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9일에는 장중 10만3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간 재미없는 주식으로 여겨지던 LG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업이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LG의 PBR은 0.58배 수준으로 최근 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0.98배), LS(0.68배) 등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LG가 지주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오는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을 넘어서는 보다 전향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신성장 사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투자를 집행한 건 목표치의 10% 수준인 1600억원에 그쳤다.

모빌리티 분야 1000억원, 탄소 중립 등을 대비한 클린테크 기업 발굴에 203억원,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 발굴 200억원, 유망 스타트업 발굴 171억원 등이다. 이에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LG의 순현금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150,500원 ▼1,700 -1.12%)SK (162,600원 ▼2,200 -1.33%) 등 다른 지주사들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그간 매입한 자사주 활용 방안도 기대감으로 작용한다. LG는 2022년 5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올해 말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달까지 LG는 목표치의 75%에 달하는 자사주 35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일본 등지에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전개해온 영국계 펀드 실체스터가 지분율을 늘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체스터는 지난 8월31일 LG 지분을 1.005% 추가로 취득하며 지분율을 5.02%에서 6.025%로 끌어올려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실체스터는 배당 증액을 포함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함이라고 보유목적을 밝힌 바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자사주 매입 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주에게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사회와 국민연금의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순현금 1조7000억원을 활용한 기업가치제고 계획 발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부진했던 자회사들의 실적도 올해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의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1조9404억원이고, 매출액 전망치는 10% 증가한 8조2218억원이다. 알짜 자회사인 LG CNS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상당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하나증권은 LG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외에도 최근 한 달간 △하이투자증권 10만6000원→13만5000원 △흥국증권 12만원→13만원 △NH투자증권 12만원→14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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