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사진= AFP
또 이번 논란의 기저에 최근 수년간 누적된 '친중국화' 정책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만이 깔려 있어 현 홍콩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오는 2047년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충돌 지점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2일 법안 심사를 막기 위해 입법회 주요 진입 도로를 점거했던 시위를 경찰이 '폭동'을 규정한 데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람 장관은 "공격적인 무기가 경찰관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경찰관들이 법을 집행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시위대에 대해선 두둔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대규모 시위가 계속될 경우에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대립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늦은 오후 홍콩 정부 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유명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4층 바깥에서 30대 남성 량 모씨가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람 장관의 '철회'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재입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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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참석하기 앞서 전날 오후 늦게 고공 시위 중 사망한 한 시민을 추모하기 위해 꽃을 놓고 있다. / 사진=AFP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 이후 홍콩 독립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 강경 일변도의 대홍콩 정책을 밀어붙였다.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부는 공공소란죄 등의 명목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은 강제로 해산됐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 성향을 가진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잇달아 박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힘으로 정부의 강공책을 멈추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산혁명 실패 이후 사라진 듯 했던 홍콩 내 저항 의식이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환법이 됐든 다른 이슈이든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개 의제)' 원칙,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보장을 바라는 홍콩 시민들과 '중국화'를 포기할 수 없는 중국 본토 및 홍콩 정부 간의 대립이 잦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넘겨받으면서 홍콩에서 최소한 5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오는 2047년이면 중국이 '일국양제'를 끝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