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압박…'방어주' 은행에 호재? 악재?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6.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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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면 방어주 역할 힘들어" vs "순이자마진·은행건전성 개선 효과 긍정적"

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영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9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영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9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그동안 방어주로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시장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은행업종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5일 오후 1시 51분 현재 신한지주 (47,550원 ▲4,050 +9.31%)는 전일 대비 500원(1.1%) 하락한 4만49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28일 4만8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거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른 은행주들 역시 비슷하다. KB금융 (76,800원 ▲7,500 +10.82%)은 전일 대비 1000원(2.21%) 하락한 4만4350원, 우리금융지주 (14,390원 ▲370 +2.64%)는 200원(1.42%) 하락한 1만3900원, 하나금융지주 (61,000원 ▲4,400 +7.77%)는 300원(0.81%) 하락한 3만6850원에 거래 중이다.



◇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에 한국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져

그동안 금리동결 방침을 고수해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전날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처음으로 파월 의장이 직접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경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에 대해) 눈에 띄는 통화정책 도전 과제"라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에 대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담긴 발언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 강세의 주된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의 등장이 있다"며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인하 소수의견 등장 기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되자 국고채 전 만기 영역에서 현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강세 흐름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내리면 방어주 역할 지속 어려워" vs "금리 인하는 은행에 호재"


그동안 방어주로 제 역할을 해온 은행주가 금리 인하로 제 역할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주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환율이 오르는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배당수익률을 바탕으로 견고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수출 감소, 무역수지 흑자 급감 등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며 "은행주가 지난 1~2개월간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매크로 및 금리 인하 우려가 지금처럼 더 확산될 경우 방어주 역할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금리 인하가 곧 은행주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은행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은행의 순이자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연구원은 "지난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데다 예대율 규제를 강화하면서 조달금리는 상승하고 있지만 시중금리는 하락했다"며 "운용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하락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한국은행 4월 예대금리차는 잔액 기준 2.30%로 기준금리 인상 전인 지난 10월과 대비해 2bp 하락했다"며 "기준금리가 하락해 은행 조달금리가 하락하면 예대금리차는 상당 폭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 은행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 연구원은 "은행에 이어 비은행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한계 채무자를 중심으로 신용 경색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 연구원은 "지금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투자가 아닌 부동산 시장으로 은행 대출이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고, 정부의 자산시장 구조 재편, 가계부채 구조조정 정책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등 부양책은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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