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위원장은 왜 '타다 논쟁'에 참전했을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9.05.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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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담당 부처로 평소 혁신사업자에 관심…"혁신만 생각한 발언들이 오히려 혁신성장 저해 우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이기적, 무례, 오만” 등의 표현을 쏟아냈다. ‘청년 전월세 대출 협약식’ 자리에서다.

‘타다’는 금융위원장이 직접 관련된 사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연히 나온 발언이 아니고 작정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논란이 된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이 느닷없이 ‘타다 논쟁’에 참전(?)한 것을 놓고 금융위 직원들 사이에서도 ‘위원장이 왜?’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평소 혁신사업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금융위는 금융샌드박스법의 주무 부처로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들의 실험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 대표의 말과 글을 꾸준히 지켜봤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그동안 이 대표를 쭉 지켜보다가 한번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금융혁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아닌 건 아니다”라고 하는 성격인데다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인 화법을 쓴다.

이 대표는 지난해말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을 사퇴하고 그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타다 퇴출’을 주장하는 택시업계를 향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잘못하면 혁신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혁신사업자가 택시사업자에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는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사회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등의 표현을 썼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제20회 5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제20회 5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 위원장은 이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잇따라 비판한 것도 지나치다고 생각해 왔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겨냥해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 “남탓 하지 말고 부총리 본인이 혁신성장에 전념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 대통령은 의지가 있으시던데” 등의 글을 올렸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의 홍 부총리에 대한 글과 관련해 “(혁신성장으로) 피해를 입는 계층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사회적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 정책 책임자에게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홍 부총리는 최 위원장의 행정고시 후배다.

금융위 또다른 관계자는 또 “혁신기업들은 혁신만 바라보겠지만 정부는 혁신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보듬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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