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빠져라"는 北에 대꾸도 안 한 미국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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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협상할 준비" 원론적 입장…백악관, 北 신무기 시험에도 "언급할 것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의 강공 카드에도 미국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미 대화에서 배제하라는 요구에도,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사격에도 미 행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보는 미국이 아닌 북한이 먼저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북미 협상의 파트너를 폼페이오 장관에서 다른 인물로 교체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협상 파트너 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며 "폼페이오가 아닌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론자들 때문에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협상 파트너 교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를 수용할 경우 유약한 지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북한의 요구가 리용호 외무상 등 고위급이 아닌 미국담당국장 급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은 "미국 입장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협상 대표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은 김 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시험을 참관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도 "추가로 언급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북한의 행동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전투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한데 이어 17일엔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시험 현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이 군사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이른바 '빅딜'(일괄타결)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군사적 옵션을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재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경우 '대치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핵이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를 시험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나름의 수위조절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선 북한의 결단이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미국은 무엇을 주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정한 증거"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인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빅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요구하는 소위 '스몰딜'(small deal·단계적 이행)이나 우리 정부가 제시한 '포괄합의 후 단계적 이행',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합의)보다 여전히 빅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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