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증시…"어닝시즌, 속단하긴 이르다"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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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어닝시즌' 남은 2주일이 상반기 증시 운명 판가름…"미중 정상, 빠르면 5월말 무역협상 타결"

멈춰선 증시…"어닝시즌, 속단하긴 이르다"


"어닝시즌(실적발표시즌)의 피크는 다다음주다. 우린 아직 전체 그림을 모른다. 지금 시장이 멈춰선 이유다." (러셀인베스트먼츠 케빈 디브니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

1분기 어닝시즌의 시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눈높이가 워낙 낮아진 때문인지 JP모건체이스를 시작으로 웰스파고, 블랙록, 모건스탠리 등 금융주들의 실적이 차례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다소 실망을 안겼다.

어닝시즌은 아직 2주일 정도 남았다. 뉴욕증시는 베팅에 나서는 대신 기업 실적의 추세를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거래량 감소가 이를 방증한다. 앞으로 남은 2주가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12포인트(0.01%) 내린 2만6449.54에 장을 마쳤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6.61포인트(0.23%) 떨어진 2900.4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05% 밀린 7996.08로 마감했다.

이날 헬스케어 업종지수는 무려 2.9%나 내려앉았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 등 의료보험 개혁안이 의사들의 약 처방을 어렵게 할 것이란 데이비드 위크만 유나이티드헬스 CEO(최고경영자)의 전날 발언이 의료주의 급락을 촉발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이날 약 2% 떨어졌고, 제약주 알렉시온과 다비타는 각각 8%씩 하락했다.



이날 미국 대형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2.6% 상승했다. 콜라 등 음료업체 펩시코도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로 3.8%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지금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소속 기업의 84.6%가 시장 예상치를 초과했다.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져 있었던 영향이 크다.

세븐리포트의 톰 에싸에 회장은 "이번 어닝시즌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표본이 너무 적다"며 "일단 지금까지로 볼 때도 아주 좋은 시작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비둘기(통화완화주의자)적 태도로 돌아서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주가가 오르려면 일단 기업이익이 좋아져야 한다"며 "앞으로 2주일 간의 남은 어닝시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무역수지는 대폭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상품·서비스수지(무역수지) 적자는 494억달러(계절조정)로 전달에 비해 약 17억달러(3.4%) 감소했다.

지난 1월 14.6% 감소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가 줄어든 셈이다. 2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시장 예상치인 538억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만에 최저치다.

수출 증가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이끌었다. 수출은 1.1% 늘어난 반면 수입은 0.2% 느는 데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다.

상무부는 "항공기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에 지난 3월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추락 이후 사고 기종에 대한 운행중단 사태의 여파는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무역분쟁 타깃인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미국의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301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31억달러(9.3%) 감소했다. 수출은 92억달러로 21.1% 늘어난 반면 수입은 오히려 3.7% 줄었다.

중국에서도 봄바람이 불어왔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1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6.4%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해 중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은 1분기 6.8%,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로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나오면서 경기하강 추세가 멈춘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협상 타결은 빠르면 다음달말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WSJ(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양국 정상이 이르면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27일) 전후, 늦으면 6월초 회담을 갖고 새로운 무역협정문에 서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고위급 대면협상을 추가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측 협상단은 오는 29일쯤 중국 베이징을 방문, 류허 중국 부총리 등 중국측 대표단과 후속 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주엔 류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씨티그룹의 유시앙롱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2분기 중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타결짓고 미국이 대중 추가 관세를 대부분 철회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우린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중국의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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