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투자 외국기업에 소송 허용…쿠바정권 정조준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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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투자기업 둔 EU 즉각 반발… '헬름스-버턴법' 23년만에 시행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정권을 상대로 제재에 나섰다. 과거 쿠바에서 압류된 미국인의 재산을 이용하거나 거래한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인이 소송을 거는 것을 허용하면서다. 이에 쿠바 투자기업들을 둔 EU(유럽연합) 등이 즉각 반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쿠바 정권에 재산을 몰수당한 미국 시민들의 소송 제기권을 인정한 '쿠바자유민주연대법(CLDSA)' 제3장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헬름스-버턴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쿠바 출신 미국인들이 과거 쿠바 정부에 몰수됐던 재산을 이용하거나 거래하는 제3국인을 대상으로 미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1996년 3월 미 의회를 통과했지만, 캐나다와 프랑스, 스페인 등 쿠바에 투자하던 국가들이 법 내용에 반발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의사를 밝히면서 23년 간 시행이 유보돼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쿠바의 최대 수출품은 담배나 럼주가 아니라 탄압이다. 쿠바 독재자들에 대한 비위 맞추기는 오랜 기간 인권을 수호해온 이 위대한 나라에 오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쿠바 정권에 대한 제재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이튿날은 미군의 후원을 받은 반(反) 카스트로 무장세력이 쿠바를 침공했다가 실패한 '피그스만 침공사건' 48주년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번 조치에 대해 "쿠바 출신 미국인들을 위한 정의의 기회"라며 "쿠바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개인 또는 회사는 이번 발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우방 및 동맹국들도 우리의 선례를 따르고, 쿠바 국민들의 편에 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행정부가 이와 함께 헬름스-버튼법 제4조도 시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4조는 쿠바 내 몰수 자산을 밀거래한 외국인에 대해 미국 입국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조치 발표 전 폼페이오 장관에게 서한을 발송, 법이 실제 시행될 경우 EU가 자국 기업 이익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미 국무부가 발표를 강행하자 모게리니 대표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폼페이오 장관 발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조치는 국제법에 대한 공격이자 쿠바와 제3국의 자주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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