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불법? 男女 92% "나는 포르노를 봤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2018.1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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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①누구나 보지만 누구나 외면, '검은 산업' 괴물 키운다

편집자주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MT리포트]불법? 男女 92% "나는 포르노를 봤다"


최근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음란물 단속과 처벌에 나서자 볼멘소리도 나온다. 불법촬영(일명 몰카)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처럼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상업적 포르노물까지 불법 음란물에 묶여 성인의 '볼 권리'가 원천 차단당하는 건 지나치다는 우려다.

포르노는 누구나 외면하지만 누구나 보는 묘한 존재다. 사회의 공분을 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구속) 사건은 이런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양 회장은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을 구축하며 음란물 불법 유통 산업을 장악해 부를 축적했다. 경찰 수사과정 확인된 음란물 수익만 최소 70억원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란물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음성적 시장이 만연하고 있지만 공론화를 꺼리는 사이 국내 포르노 산업은 괴물처럼 몸집을 키우고 있다. 포르노 문제를 더 이상 개개인의 체면 뒤로 숨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르노=불법? 현실에선 男 응답자 100% '봤다'



현행법상 음란물은 개념이 명확지 않아 판례로 구분된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란물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을 말한다.

포르노는 대법원 판례에서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어두운 분위기 아래 생식기에 얽힌 사건들을 기계적으로 반복·구성하는 음란물의 일종'으로 규정돼 있다. 종합하면 포르노는 성기 노출과 노골적 성 묘사 등으로 국내에서 합법적 유통이 불가능한 영상을 의미한다. 단순 소지만으로는 처벌받지 않지만, 유포·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금기시하는 문화와 달리 머니투데이가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10~50대 260명(남성 154명, 여성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포르노가 일상 깊이 스며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39명(92%)이다. 남성 응답자는 전원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상당수(163명, 68%)는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포르노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시청 시기도 대부분 초등학생(79명)과 중학생(110명) 때로 조사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시민들 중 165명(63%)은 국내 포르노 규제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지나친 성인의 볼 권리 억압'(68명), '불법 촬영물의 범람'(85명), '해외 사이트 등으로 국부 유출'(12명) 등을 꼽았다. 포르노 합법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181명(70%)에 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유모씨(30)는 "차라리 합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나친 억압과 규제는 오히려 범죄와 같은 잘못된 방식의 욕망 분출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와 폭력 등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이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음란물 유포와 폭력 등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이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외면 속 '검은 산업'만 성장…진지한 '포르노 논의' 필요

'양진호 사태'는 방치해 온 포르노 산업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는 디지털 성폭력물은 물론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수입 포르노물조차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되지 않았다.

2015년 정보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정부는 웹하드 업체에 음란물 필터링 시스템 의무화를 주문했지만 하나마나 한 조치였다. 양진호 사태에서처럼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를 함께 운영하며 카르텔을 형성했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검은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매년 국내 포르노 시장에 흘러가는 돈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진지한 포르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촬영 같은 범죄와 구분 짓는 성인물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봉조 법무법인 호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포르노라는 단어 자체가 '성과 관련된 모든 나쁜 것을 포함해서 말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제는 건전한 성과 잘못된 성을 공론화해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동(포르노)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실상 웹하드 업체에서는 올리고 내려받는 사업들이 시작됐다"며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서 어떤 수준으로 제도권 내로 이를 끌어안을지 등에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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