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부 돈 한푼없이 금융사 팔 비틀어 만든 재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8.10.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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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서민금융 틀을 바꾸자]<4>서민금융상품 재원 고갈 위기..해결책은

편집자주 '서민금융'은 신용도가 떨어져서, 소득이 낮아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거나 빌리더라도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금융이다. 2008년 미소금융으로 시작해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10년을 지나며 양적으론 커졌지만 문제를 드러냈다. 복잡한 상품 구조, 공급중심의 정책, 민간상품과의 충돌,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실률 상승, 재원 고갈 등 서민금융의 문제를 짚어본다.

[MT리포트]정부 돈 한푼없이 금융사 팔 비틀어 만든 재원


올해로 탄생 10년을 맞은 서민금융 상품은 지난해 말까지 37조5000억원이 공급됐지만 정부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휴면예금, 기업과 은행의 출연금, 복권기금,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회수금 등이 재원으로 쓰였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기부금에 의존하거나 휴면예금, 채무조정 회수금 등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왔다.

2008년에 출시된 미소금융은 기업과 은행, 일반인의 기부금, 휴면예금 이자수익 등이 재원이다. 현재 기부금 출연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휴면예금은 최종거래일에서 5년이 지났어도 이자가 지급되고 있으면 휴면예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휴면예금 조회와 이체가 가능한 어카운트인포 시행 등의 영향으로 출연금액이 크게 줄었다.



햇살론은 복권기금과 금융회사 출연금으로 운영돼왔다. 9000억원 한도인 금융회사 출연금은 오는 2024년이면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부터 매년 1750억원씩 출연된 복권기금은 오는 2020년이면 출연이 종료된다.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회수금으로 운영되는 바꿔드림론 역시 재원 고갈 위기에 봉착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추가적인 채권 매입 없이 잔여채권 시효가 완성되면 종료가 예상된다. 새희망홀씨는 매년 은행과 공급 규모를 협의해 재원을 조달하다 보니 ‘은행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민금융 상품은 필요에 따라 특정 재원을 기반으로 출시됐다. 현재 상품이 27개나 되는데 상품마다 재원이 제각각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효율적인 재원 활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나랏돈 없이 금융회사와 기업이 낸 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복권기금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 정부 예산은 아니다. 그마저도 2020년이면 출연이 끝난다. 서민금융 상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한시적인 재원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과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 모은 출연금과 휴면예금, 재무조정 회수금 등 서민의 호주머니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정부는 예산 한 푼 안 들이고 생색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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