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일반 대학에 다니다가 부검의가 되기 위해 의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김씨 같은 사례는 의대생 사이에서 극히 드물다. 현재 전국에서 부검의가 될 수 있는 의사 출신 법의학 전공생은 단 3명(고려대·서울대·전남대 각 1명)뿐이다.
법의학 전공자들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이 되거나 법의학 교수가 되는 길이다. 교수가 될 수 있는 자리도 많지 않다. 전국 41개 의대 중 법의학 교실이 있는 곳은 10곳, 법의학 교수는 16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가톨릭대와 건국대는 최근 유일한 법의학 교수가 은퇴하면서 병리학 교수가 겸임하는 방식으로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6년째 부검을 해온 이수경 국과수 법의관(46)은 "사람이 부족하니 법의관 1명당 부검 수가 많아서 과로하게 된다. 주말에 나와서 일해도 금전적인 보상이 없고 일이 쌓여있어서 휴가를 못 가는 사람들도 많다"며 "업무량이 많으니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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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들은 부검의가 부족하면 억울한 죽음이 묻힐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숭덕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55)는 "90년대에는 부검의가 부족해서 경찰이나 검찰이 인위적으로 부검 건수를 제한한 적이 있다"며 "인력이 부족하면 죽음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데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검의들은 근무량이 많은 가운데 정확한 검시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원인불명 사망률은 10.1%, 65세 미만은 5.2%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율(각각 10%, 5%)을 겨우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국과수 법의관의 연봉은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00만~6500만원 정도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국 의사 평균 연봉인 1억5600만원(2017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법의관에게 권한이 적은 현행 제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변사체를 조사하는 검시 집행은 경찰, 검시 집행 책임자는 검사, 부검 여부 결정자는 판사, 실무는 법의관이 하는 복잡한 구조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검시의 모든 과정을 법의관이 담당한다.
이숭덕 교수는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법의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제도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