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화재 취약한 건물 어디? 통계조차 없는 정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1.2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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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나라]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90년대부터 광범위한 사용… 건축물대장엔 기록 안돼 현황 파악 불가

26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외벽이 검게 그을려져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2분 경남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나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41명이 숨졌다.26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외벽이 검게 그을려져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2분 경남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나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41명이 숨졌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가연성 외장재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관련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 700만여동에 대한 건물 재료 통계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 아파트'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2315동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됐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물대장에는 건축물의 △구조(목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벽돌구조 등) △용도 △면적 △변동사항(증·개축 등) △소유자 현황 등 건축물의 현황과 구조내력이 기재돼야 한다. 하지만 정작 건축 재료는 빠져있다. 이 때문에 건축물대장을 기반으로 작성되는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의 건축 통계에서도 건축 재료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특정 건축물의 건축재료를 파악하려면 시·군·구청이 보관한 건물도면과 현장의 건축물을 일일이 확인하는 수작업이 불가피한 것.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에 취약하나 저렴하면서 단열성능이 뛰어나 1990년대부터 외벽 마감공법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그동안 건축물 안전에 관한 주요 정보로 인식되지 않은 탓에 건축물대장에는 기록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건축물의 내진설계 정보 역시 2016년 경주 지진이 발생한 후에야 지난해 1월부터 건축물대장에 기록하도록 의무화했다.

한편 현행법에 따르면 6층 이상 건물은 내연성 재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밀양 세종병원은 관련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 의무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는 내연성 재료 의무사용 대상을 확대하겠단 방침이나 기존 건축물에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어서 가연성 소재를 사용한 기존 건축물에 철거나 시정 명령을 하긴 어렵다"며 "개선방법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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