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비자금 조성 의혹"내부갈등? 회장 흔들기?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08.2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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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머투초대석20일 오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머투초대석


DGB금융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과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설로 혼란에 휩싸였다. 최근 DGB금융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부 투서에서 비롯된 만큼 DGB금융 내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박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박 회장 흔들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투서는 이미 지난해 말에 금융감독원에 접수됐다. 당시 금감원은 내부 투서를 받고 정기검사 때 상품권 구매금액 등을 검사했지만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잠했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투서가 경찰에 접수되면서다. 지난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박 회장은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를 찾아가 상품권 깡 문제와 본인의 거취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박 회장과 대구은행에 대한 투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투서가 계속됐다는 것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박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해 말은 박 회장의 연임을 앞둔 시점이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 이후 2015년 우리아바바생명(현 DGB생명)과 지난해 DGB자산운용(옛 LS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등 DGB금융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부진하자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DG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박 회장 취임 첫해인 2014년에 2438억원에서 2015년에 3083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019억원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다.

대구은행 한 퇴임 임원은 “대구은행에서는 전통적으로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경일대 출신이 주로 임원에 올랐지만 뚜렷한 세력이나 라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에 파벌이 형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부 투서가 나오는 걸 보면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이 움직이는 것으로도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로 박 회장의 리더십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 회장은 대구상고와 영남대학교 출신으로 친박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박 회장 전임이었던 하춘수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4.13 총선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친박 인사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 흔들기는 현재 BNK금융 차기 회장 선거에서 낙하산 인사설이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박 회장의 거취에 따라 DGB금융에서도 BNK금융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21일 을지훈련 때 직원들에게 “사태 수습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업무에 충실히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경찰 내사와 관련해 잘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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