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급여 10% 자진삭감, 과장급 동결..노조는 7%↑?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7.08.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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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교섭 사측 제시안 놓고 재조율 거칠 듯...금융위기 후 첫 호봉승급분 외 기본급 동결 논의

현대자동차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자료사진./사진=뉴스1현대자동차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 자료사진./사진=뉴스1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현대자동차 (251,000원 ▲1,000 +0.40%) 노조) vs '호봉승급분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현대차 경영진)

올해 현대차 (251,000원 ▲1,000 +0.40%) 노사가 임금 인상폭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며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사실상 최후 담판'..사측 제시안 재조율= 현대차 (251,000원 ▲1,000 +0.40%) 노조는 21일까지 올 들어 5번째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생산 차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1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대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은 처음으로 올해 임금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며 파업을 이어 가기로 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분배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놓고 재조율을 거쳐 담판을 지을 예정이다. 다음달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물리적 시간상 사실상 최후 통첩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도 결렬되면 파업 장기화로 인한 파행이 불가피하다.

당초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일괄 공동 요구안에 발맞춰 표준 생계비 확보 등을 사유로 기본급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한 기본급의 7.18%) 인상을 요구했고, 여기에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 연장 △완전한 주간 연속 2교대제 8+8시간 △해고자 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도 요구안에 두루 포함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현대차가 당면한 경영 여건을 볼 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측은 첫 제시안에서 "호봉승급(4만2879원)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며 성과금도 '200%+100만원'으로 예년보다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中 사드 보복 등 악재 산적..8년 만에 기본급 동결 논의=만일 기본급이 동결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이어지던 2009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도 호봉승급분 외에 기본급이 동결됐고, '성과금 300%+500만원(무분규 주식 40주)' 조건으로 노사 양측이 협의하며 파업도 벌이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고성장기 시절에는 실적 향상에 따른 임금인상이 가능했지만, 수년째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노조가 실적향상에 따른 정당한 성과 보상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실적 하락에 맞는 교섭결과를 수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369억원이었는데, 2013년 8조3155억(전년 대비 -1.4%), 2014년 7조5500억원(-9.2%), 2015년 6조3579억원(-15.8%), 2016년 5조1935억원(-18.3%)으로 눈에 띄게 악화되는 추세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86만대를 판매했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더욱이 올해는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 내수 침체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여파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는 평가다.

윤갑한 사장도 직접 나서 "과거 급성장할 때 누리던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특근도 불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사측이 협상 전략상 첫 제시안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공산이 커, 오는 23일 교섭에서 일부 조정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원은 10% 자진 삭감, 과장급 이상은 8년 만에 임금 동결을 하며 위기극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평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노조가 지속적인 파업으로 지역 및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면 사회적 반발 여론도 비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형제 계열사' 기아차 (119,400원 ▲2,800 +2.40%) 노조도 현대차의 협상 동향을 지켜보며, 오는 23일 쟁대위에서 향후 투쟁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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