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못 받는' 통신비 대책…소비자 "공약후퇴" vs 이통사 "지나친 부담"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7.06.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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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규제를 규제로 막는 악순환"

새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이 소비자와 업계 양쪽 모두의 비판을 받았다. 소비자 시민단체 측에서는 '공약 후퇴'라는 불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고 이동통신업계는 요금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통신정책으로 사업자 부담이 늘고 산업 발전을 위한 경쟁 여력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생활비절감팀은 23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를 열고 학계, 소비자 시민단체,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업계, 이동통신 판매대리점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한 뒤 열린 첫번째 토론회로, 이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통신비 절감이 나타나지 않자 초조한 규제 당국이 시장 가격을 결정하거나 기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규제의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아보려는 규제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제적으로 요금을 낮춰 마진이 줄어들 경우 투자 위축으로 품질이 저하되고 새로운 서비스 도입, 신 기술 개발 등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 또 알뜰폰, 유통업체 등 관련산업 피해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애초에 기본료 폐지라는 잘못된 공약을 내놓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겠다고 미뤘다" 며 "오히려 잘못된 공약을 사과하고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의견은 정반대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본료 폐지가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비판했다. 안 사무처장은 "기본료 폐지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감을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는 것은 공약 파기이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은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이며 원가 대비 40%가 되는 마케팅 비용, 고비용 구조, 고배당 등의 구조를 감안하면 충분히 인하 요인이 있다"며 "기본료를 전격 폐지해도 당장 적자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고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대책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참여연대가 주장해왔던 약정할인율 30% 상향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보편 요금제의 경우 여야 합의로 법 개정을 당장 추진하고 출시 시점을 앞당기라"고 요구했다.

패널로 참여한 통신업체들도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업자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고민해 왔지만, 최근의 논의가 인위적 요금 인하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헌 SK텔레콤 대외협력실장은 "사업자간 경쟁과는 관계가 없는 가격을 내리는 쪽에만 논의가 맞춰지면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단말기 부담 등 통신비 구조와 소비자 부담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이통사들도 대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산업 생태계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충성 KT 상무는 "이동통신 산업은 통신서비스기업 뿐 아니라 장비 제조업체, 유통업체, 정보통신검사 업체, 인터넷 콘텐츠 업체 등 수없이 많은 주체가 있는 생태계"라며 "통신비가 이통사의 매출이기도 하지만 마케팅, 투자 비용 등으로 지출되면 생태계로 흘러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통신비 완화와 같은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괄적으로 하라고 하면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3위 사업자는 1, 2위 사업자에 비해 새로운 시도를 해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LTE 등 나름 파격적인 상품을 출시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이같이 경쟁을 할 수 있는 여력은 훼손되지 않은 수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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