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맞은 현대차, 채용시험에 낸 문제 보니…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4.0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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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역사에세이서 쇄국정책과 보호무역주의 물어...지원자 "인적성 어려웠다"

1일 오전 현대차 HMAT 시험을 보기 위해 지원자들이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1일 오전 현대차 HMAT 시험을 보기 위해 지원자들이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조선시대에 펼쳐진 쇄국정책에 대해 본인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시사점을 서술하라. 이를 바탕으로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

현대자동차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묻는 역사에세이를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 출제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능시험 같은 긴장감, 지각 지원자 발길 돌려= 현대자동차그룹이 1일 신입 및 인턴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검사(HMAT)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9곳이 시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시험의 난이도가 평소보다 높았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서울 잠실고·신천중·가락중 △전주 서곡중 △부산 부산진여중 등 5곳에서 인적성검사를 진했다. S/W부문은 별도로 경기 의왕시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실기시험과 함께 인성검사가 진행됐다.



고사장인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에는 입실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30분부터 지원자들로 북적였다. 지원자들은 30명씩 27개반에 나눠서 시험을 치렀다. 각 고사장이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HMAT 응시자는 현대차만 4000여명 이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1만명 이상이 이날 시험을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고사장으로 향하는 지원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지원자는 교문으로 들어서기 전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는데, 학교주변이 금연지역이라는 이유로 관계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가족의 차량을 타고 온 지원자도 많았다. 일부 가족은 지원자가 입실한 뒤에도 한참을 교문 밖에서 서성이다 자리를 떠났다. 입실완료시간인 오전 8시를 5분 정도 앞두고는 급히 뛰어오는 지원도 제법 있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오전 8시에 맞춰 교문을 닫았다. 이후 도착한 지원자들은 고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지원자는 고사장을 착각해 다른 학교로 갔다가 온 경우였다. 고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지원자들은 한 동안을 교문 앞에서 아쉬움을 달랬다.

현대차는 시험이 종료된 후 지원자들에게 밥버거와 음료를 나눠줬다. 시험을 감독한 관계자는 "집계를 해봐야겠지만 결시율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며 "평소에도 현대차는 응시율이 높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가 실시됐다. 응시생들이 시험장 앞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1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가 실시됐다. 응시생들이 시험장 앞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적성 어려웠다...쇄국정책 에세이는 평이"=
시험은 △언어이해 △논리판단 △자료해석 △정보추론 △공간지각 등 5개 분야로 진행됐다. 인턴사원의 경우 오후 1시30분에 시험이 끝났고, 신입사원은 역사에세이가 추가돼 오후 2시30분에 시험이 종료됐다.

시험을 끝낸 지원자들은 논리판단과 자료해석이 평소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논리판단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많았고, 자료해석은 제시된 수치가 어려웠다고 지원자들은 입을 모았다. 평소 고난이도로 분류되는 공간지각은 새로운 유형이 나왔으나 문제는 쉬웠다는 평가다.

대학생 A씨는 "공간지각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문제를 절반밖에 풀지 못했다"며 "공간지각은 평소 제출되던 주사위 문제와 다른 유형이 나왔으나 풀기는 오히려 쉬웠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의 핵심은 역사에세이다. 현대차는 2013년 하반기부터 역사 에세이를 작성하는 평가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왕성한 대외무역을 실시한 고려시대와 쇄국정책을 펼친 조선말 흥선대원군에 관한 제시문을 주고 쇄국정책에 대해 서술하는 문제가 나왔다. 특히 제시문에서 ‘오늘날에도 세계는 경우에 따라서 쇄국정책에 준하는 각종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아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역사에세이에 대해 응시자들은 평이했다고 말했다. 조선말 쇄국정책이 잘 알려진 내용이고, 최근의 보호무역주의에 관한 문제도 예상 가능했다는 평가다.

지원자 B씨는 "현대차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라면 쉽게 서술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며 "지원자들이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써 변별력이 크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적성 검사에서 역사에세이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이때 작성한 답변이 이어지는 1차, 2차 면접에서도 면접관들의 질문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신중한 작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HMAT 합격자는 오는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현대차를 시작으로 주요기업들의 상반기 채용 인적성검사가 본격화된다. LG그룹은 4월 8일 △삼성그룹은 4월 16일 △SK그룹은 4월 23일 △포스코그룹은 4월 23일 각각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번 ‘GSAT’가 그룹 단위의 마지막 필기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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