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단 모집", "내란"…탄핵 결정 앞두고 폭력·위협 고조

머니투데이 이슈팀 남궁민 기자 2017.02.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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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회원들의 집회 모습/사진=뉴스1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회원들의 집회 모습/사진=뉴스1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일부 세력의 폭력성이 날로 심각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헌법재판관 8명에 대한 근접경호를 경찰에 요청했다. 최종 변론기일이 확정되고 다음 달 초 선고가 유력해지며 헌재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대통령 변호인 측은 헌재에서 재판관들의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재판장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내란이 일어날 수 있다", "시가전으로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재판정 바깥은 더욱 심각하다.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친박 집회에선 다수의 군복 입은 시위대를 찾아볼 수 있다. 집회참가자들은 "군대여 일어나라", "비상계엄 선포하라"라고 외치며 군의 개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과의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 폭력 사건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이달 11일 친박 집회 현장을 취재 중이던 모 언론사 취재기자가 수십 명의 시위대로부터 주먹, 태극기 봉으로 집단구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년 암살단" 모집 메시지가 공유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청년 암살단" 모집 메시지가 공유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측은 자체 경호 인력을 문 전 대표 주변에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를 겨냥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접수됐고, 상당한 근거들이 있어 최근 자체적으로 후보 경호를 강화한 것. 문 전 대표측은 "협박편지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준비들이나 움직임이 있다는 조언이나 제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장의 사진이 확산됐다. 사진에는 백여 명 가량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청년 암살단 모집'이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됐다.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한 분으로 유서를 작성해두신 20~65세의 무술에 능하신 분은 더욱 좋다”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이어 “무술을 전혀 못하셔도 열사로서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좌초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애국열사를 모십니다"라고 적혔다.


실제로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기도 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60대 남성이 24일 서울시청 1층에서 열린 행사에서 축사 중이던 박원순 시장에게 흉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남성은 "박원순 때문에 억울해 못 살겠다"고 외친 후 흉기로 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재개발 관련 보상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박 모씨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걱정된다.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며 "김정남 피살 사건을 보며 정적 제거를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일부 지지자들 가운데에서도 "기각되면 혁명을 해야 한다", "그때는 직접 뒤집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탄핵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극단적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대학생 신 모씨는 "완전히 무정부 상태를 보는 것 같다"며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요즘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정치인부터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원 김 모씨는 "지지자들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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