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2016.12.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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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든 일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힘든 원인을 파고 들어가 보면 3가지로 요약된다. 돈, 건강 그리고 관계다. 돈은 생계의 문제고 건강은 생명과 육적인 아픔의 문제다. 관계는 심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가족과 직장 동료, 친구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분노가 일기도 한다. 특히 주위에 소통이 안 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인생이 괴로워진다. 인생의 행복지수를 결정짓는 3대 요소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첫째, 관계보다 만남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인정 받으려 한다.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의 위치를 재보고 우월한 입장에 서기를 좋아한다. 내가 인정 받는 관계,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관계,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관계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고 그 반대면 불편하게 느낀다. 관계가 내 기분을 좌우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가 아니라 만남에 집중하면 생각이 바뀐다.

내가 이 사람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된 데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남을 소중히 여기면 그 사람과 관계가 좋든 나쁘든 좀 자유로워진다. 아이가 혹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이 아이가 나에게 태어난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와 이생에서 만난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면 속상한 마음보다 아이를 더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는 동화 ‘세 가지 물음’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계가 어떤지 따지지 말고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 이것에 관계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둘째, 화를 내지 않는다. 어렸을 때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인기가 있는 친구가 있었다.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닌데 반 남자 아이들 대부분이 그 친구를 좋아했다. 이유가 궁금해 그 친구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 때 들은 대답이 “화를 안 내면 돼”였다. 그 때 나는 학교에서 옆에 앉는 남자 짝꿍과 사이가 나빴다. 책상에 줄을 그어놓고 서로 넘어오지 말라고 으르렁거렸다. 학교에서 수업 내내 싫어하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친구의 인기 비결을 들은 뒤 짝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책상 선을 넘어와도 짜증내지 않고 모른 척했고 지우개가 없어 고생하는 것을 보면 지우개를 슬며시 밀어줬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짝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내가 싫어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짝이 예전처럼 싫지 않았고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화만 내지 않아도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문제 상당 부분이 풀린다.

셋째,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근본 원인은 그 사람에게 기대하던 것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내게 이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믿었던 사람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실망감과 배신감은 더욱 커진다. 관계에서 오는 실망감과 배신감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다. 또 상황에 따라 마음이 갈대처럼 움직인다. 그러니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사람은 연약하기에 그저 사랑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그 관계는 언제든 지옥으로 바뀔 수 있다. 반대로 내게 다가온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선을 베풀면 어떤 관계든 천국으로 바뀐다. 베풀고 못 받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베풀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큰 복이다. 보답을 받지 못한다 해도 늘 베풀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인생이 복 받은 인생이지 늘 받기만 하고 돌려줄 것이 없는 인생은 비참한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거짓이 없어야 한다. 거짓으로 꾸며서 다른 사람을 대하면 거짓이 드러날까 불안한 관계가 된다. 그 사람을 만나면 늘 자신의 본 모습을 숨겨야 하니 또 불편한 관계가 된다. 누구에게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관계가 주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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