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26일 오전 이 부회장이 숨진 장소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한 산책로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인원 부회장은 전날 저녁 9시를 전후해 서울 용산구 자택에 귀가했다. 집 주변에서 그를 본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한시간쯤 뒤인 밤 10시 직접 차를 몰고 북한강으로 향했다. 이튿날 오전 7시10분쯤 폭 5m 남짓한 산책로 초입,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벚나무 밑에서 이 부회장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평소 즐겨 입지 않는 반바지에 남방, 점퍼를 입은 상태였다.
당초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롯데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수사기관 안팎에선 검찰 수사로 괴로워한 데다 부인이 지병 악화로 수술을 하는 등 개인적인 악재가 겹쳐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발견한 유서의 지문과 필적을 감정하는 한편 이 부회장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자책에서 사건장소 주변 CCTV(폐쇄회로화면) 분석해 정확한 이동 경로와 동행자 유무도 확인한다. 현재까진 타살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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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비리의혹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신동빈 회장에 이어 2인자로 불리던 이 부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의혹 전반을 추궁할 계획이었던 만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이어 총수일가를 조준하던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의 자살로 수사 일정을 불가피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주말 동안 이 부회장의 부재상황에 따라 새로 수사일정을 짤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빈소는 강원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마친 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현대아산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평생 회사를 위해 일한 고인을 예우하기 위해 롯데그룹장(5일장)을 치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