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뷰 나온 72초드라마로 대박 났냐구요?

머니투데이 김은혜 기자 2015.12.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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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내가 만든다, 진로개척자] ② 성지환 72초TV 대표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죽어라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코리안 웨이'다. 하지마 이를 과감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써나가는 남다른 성공 방정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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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을 한 한기 남겨둔 31세 남자. 그는 졸업 후 IT사업을 할까 생각했다. 병역특례 등을 통해 3년여간 프로그래머 경력을 쌓은데다 나름 인정도 받아 그럭저럭 밥벌이는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는 공연기획으로 인생진로를 확 바꿨다. 5년간 공연기획그룹을 만들어 좌충우돌하며 그의 표현대로는 ‘신나게 말아먹었다’. 그는 다시 모바일콘텐츠사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가장 핫한 모바일 콘텐츠 ‘72초드라마’로 화제의 중심에 선 성지환 ㈜칠십이초 대표(38)의 이야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이력은 남다른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 싹을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가수가 되겠다며 방황했고, 대학 때는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며 음악학원을 기웃거렸다. 그러다보니 서울대 수학과를 10년만에 졸업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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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직전, 진로 직전, 진로를 급선회하다=“졸업하고, IT사업을 하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평생 그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최고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회의적이었다.”

성 대표는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공연기획’이었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덜컥 공연기획아카데미에 등록부터 했다. 재수삼수를 할 때도 대학을 10년만에 졸업할때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던 어머니로부터 ‘집을 나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활동하며 기본기를 다진 그는 좀더 실험적인 도전을 위해 2010년 공연기획그룹 ‘인더비’(IN THE B)를 설립했다. 공연에 영상을 접목하는 첫 기획으로 가수 이한철씨와 함께 이태원 카페 옥상에서 ‘공연영상을 위한 공연’을 시작했고, 라이브 퍼포먼스와 영상이 어우러진 ‘비디오콘체르토’시리즈,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소재로 한 아트파티 ‘톰앤제리나잇’, 가수 리쌍 윤건 오지은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실험적 공연기획그룹으로 유명세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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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대표는 인더비를 ‘신나게 말아먹었다’고 표현했다. “너무 새로운 것에 치중하다 보니 대중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또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고 나니 정체성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지원금을 받으면 스스로 돈을 못버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잘나가던 '인더비' 전격적으로 접은 이유는=성 대표는 인더비 시절 ‘너희는 예술을 하는거냐 사업을 하는거냐’는 질문을 던졌던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권 의장은 ‘앞으로는 예술을 할 건가 사업을 할 건가’를 물었다. 성 대표는 모바일 콘텐츠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고, 권 의장은 흔쾌히 투자를 약속했다. 성 대표는 2014년 인더비를 올해 2월 ‘칠십이초(72초TV)’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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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2초드라마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인더비 시절인 2012년 프랑스의 인기 TV시트콤 ‘브레프(bref.)’를 본따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해본 테스트버전이었다. 이때 제작한 5편의 72초드라마를 유튜브에 공개했더니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공식 홍보 없이도 CJ, 네이버 등에서 콘텐츠 제휴나 광고제의가 들어왔다.

이후 ‘칠십이초(72초TV)’는 ‘흔남(흔한 남자)’ 도루묵을 주인공으로 한 72초드라마를 지난 5월부터 네이버 TV캐스트에 연재해 2030세대의 폭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즌2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회당 1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200만건을 넘긴 에피소드도 있다. 10월에는 30대 ‘흔녀(흔한여자)’ 오구실을 소재로, 11월에는 ‘두여자’ 시즌1이 공개됐다. 또 지난 18일 뉴스형태의 ‘72초데스크'를 시작했고, 예능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수백만 조회수의 대박 콘텐츠라면 과연 얼마나 대박 났을까? 성 대표는 “국내 콘텐츠 유통수익 구조를 봤을 때 100만뷰 나온 콘텐츠라면 제작사 수익은 10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입소문이 나고 언론에 많이 나온다고 반드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며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말했다.

하지만 팔리는 콘텐츠 사업을 하겠다는 다짐대로 성 대표는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상중이다. “아직은 ‘버티기’ 수준이지만 드라마의 특별편을 만든다든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색다른 방식의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다. 조만간 이미 제작된 드라마를 중국시장에 유통하고 점진적으로 중국과 합작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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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짓만 아니면 뭐든 해봐라."=성 대표는 “아직 사업가로서 많이 배워야 한다. 제가 좀 모자라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산기 두드리면 답이 안나오는 일인데 너무 똑똑하면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하라는 것 말고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열심히 찾아보면 좋겠다. 만약 하고싶은 일이 없다면 그 순간 제일 재미있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나쁜 짓만 아니라면 뭐든지 해봐라. ‘말 안듣는 놈’ 소리 좀 듣더라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해보면 그 과정 속에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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