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생물체 모방 로봇 쏟아진다

머니투데이 김형근 객원기자 2015.12.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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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물오리·거미·문어·해마 등의 특징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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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소형 비행로봇 ‘로보비’는 헤엄도치고 날 수도 있다. 그 동안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비행잠수함의 가능성을 열었다. 과학자들은 영감을 바다오리에서 얻었다/사진=하버드대<br>하버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소형 비행로봇 ‘로보비’는 헤엄도치고 날 수도 있다. 그 동안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비행잠수함의 가능성을 열었다. 과학자들은 영감을 바다오리에서 얻었다/사진=하버드대<br>


요즘 로봇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로봇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로봇에 대한 모티브를 자연에서 얻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로봇을 생체모방 로봇이라고 한다.

생체모방학의 선구자로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미국의 재닌 베니어스는 생체 모방을 '자연이 가져다 준 혁신'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그녀는 1997년 ‘생체모방’이라는 책에서 자연의 설계와 프로세스를 모방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최근 생체모방을 한 로봇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 자연의 생물체만큼이나 많은 로봇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최근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생체모방 로봇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헤엄치고 나는 로봇 로보비는 물오리에서



1939년 러시아의 한 공학자는 공기에서 물로, 다시 물에서 공기로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는 차량인 '비행 잠수함'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공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하늘을 나는 동시에 물 속에도 갈 수 있는 차량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공학자들이 달성하기 힘든 비행 잠수함을 실현하는 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미국 하버드 대학 미세로봇공학연구실의 연구팀은 작은 날개를 초당 120번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게 펄럭거리면서 곤충처럼 날고 허공을 맴돌 수 있는 종이 집게 보다 더 작은 미세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물 속에서 헤엄치도록 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공기와 수중에서 서로 다른 설계 요구 사항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공중을 비행하는 차량은 양력을 만들기 위하여 날개와 같은 대형 익형을 요구하지만, 수중 차량은 항력을 줄이기 위하여 표면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그에 대한 열쇠를 헤엄도 치고, 그러다가 필요하면 바로 하늘로 날으는 바다오리에서 찾았다. 비행잠수함의 가능성을 연 소형 비행로봇 로보비는 이렇게 탄생했다.

◇뛰어 오르는 거미에서 영감을 얻은 리프 로봇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리프(줄을 가진 자율 플랫폼)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지난 10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지능로봇 국제학술대회에서 뛰어오르는 거미에게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로봇을 발표했다.

로봇의 오랜 공학적 도전과제는 공중에서 안전성을 유지하고 부드러운 착륙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케이프타운 대가 개발한 로봇은 거미가 뛰어오르는 능력을 재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즉, 연구팀은 뛰어오르는 거미가 사용하는 항력 줄에 관심을 가졌다.

동물들은 공중에서 전복되지 않고 자동으로 복원하고,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스스로 안정화하는 재능을 타고 났다. 동물들이 공중에서 자신의 꼬리를 구부리거나 회전하는 모습은 인간 관찰자들에게 공중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좀 더 중요하게 부드러운 착륙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도전과제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준다.

◇8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문어 로봇

문어는 어떻게 8개의 다리가 서로 달라붙거나 뒤엉키지 않는 걸까? 과거에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문어 관련 이 수수께끼를 푼 것은 2014년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연구팀이다. 그들은 엉키지 않는 선택적인 접착능력은 바로 화학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밝혔다.

다시 말해서 문어다리에 있는 빨판들이 자신의 피부에 닿으면 기능을 일시 중단하라는 화학적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답이 너무 간단해서 놀랐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이를 이용해 수술로봇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물 대부분의 꼬리는 원추형인데 비해 해마의 꼬리부분은 정사각형으로 돼 있다. 물건을 쥐거나 잡는 힘이 강하면서 뱀의 꼬리처럼 부드럽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의료 및 제조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해마 꼬리를 해부한 모습/사진=오리건주립대학<br>동물 대부분의 꼬리는 원추형인데 비해 해마의 꼬리부분은 정사각형으로 돼 있다. 물건을 쥐거나 잡는 힘이 강하면서 뱀의 꼬리처럼 부드럽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의료 및 제조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해마 꼬리를 해부한 모습/사진=오리건주립대학<br>
◇정사각형의 꼬리를 한 해마 로봇

해마의 꼬리는 왜 정사각형 모양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체절이 중첩된 형태를 가지는 정사각형 모양의 꼬리는 원통형의 꼬리보다 더 나은 방호기관이 되도록 하며, 쥐거나 잡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든다. 이는 더 나은 로봇 및 의학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동물 꼬리의 대부분은 원형 또는 타원형의 단면을 가지지만 해마는 예외다. 연구팀은 "우리는 정사각형 형태의 꼬리가 파지 능력과 방호기관이 모두 필요할 때 더 유리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놀랄만한 일은 정사각형 판은 해마의 꼬리가 더 단단하고 더 강하게 만들며, 동시에 변형에 대한 저항성을 더 높인다.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화가이자 과학자, 공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말이다. 그는 일찌감치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자연모사공학, 또는 생체모방의 시대가 올 것을 예견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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