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뺨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약용 식물 '아카르 쿠닝'을 사용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롤린 슈플리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학 연구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마트라 오랑우탄(학명 Pongo abelii)이 약용 식물 아카르 쿠닝(학명 Fibraurea tinctoria)을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했다는 관찰 결과를 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며칠 뒤, 연구팀은 라쿠스가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 아카르 쿠닝의 줄기와 잎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카르 쿠닝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당뇨병, 이질, 말라리아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약용 식물로, 오랑우탄이 평소 섭취하는 식물이 아니다.
연구팀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을 21년에 걸쳐 관찰했지만, 약용 식물을 활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경우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오랑우탄은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관찰 사례가 드물 것"이라면서도 "라쿠스가 국립공원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전 습득한 행동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관찰에 참여한 미카엘 후프만 일본 나가사키대 열대의학연구소 박사는 "이번 사례는 동물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식물을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활용한다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라며 "우리 조상들은 동물이 약용 식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천연 약재에 대해 배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