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 삼성방식 벤치마크 유력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박준식 기자 2015.09.0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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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IPO 확보자금으로 계열사 지분매입..롯데쇼핑과 합병 후 신동빈 지배력↑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유력하게 제기된다. 일단 호텔롯데를 상장해 시장가치를 평가받은 뒤 롯데쇼핑 (68,500원 ▲300 +0.44%)과 합병을 하고, 이후엔 지주사만 떼어낼 것이란 예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주사 개편을 위한 1단계 계획으로 호텔롯데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가치는 상장 후 시가총액 기준 15조~20조원 사이로 공모물량을 30%로만 가정해도 4~6조원에 달한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마련한 조단위 현금을 활용해 지주사 개편에 필요한 계열사 지분들을 순차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와 비핵심 계열사가 가려지고 전자는 지분을 강화하고 후자는 매입순위가 밀리거나 외부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가 확보한 자금을 통해 자회사인 롯데쇼핑은 롯데알미늄과 롯데상사 등을 합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호텔롯데는 자회사 지분 요건 20% 이상 충족을 위해 롯데제과 1.5%, 롯데칠성 5.2%, 롯데푸드 7.5%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2단계로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합병하는 수순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을 상장시키고 삼성물산과 합병해 지주사 체제를 갖춰가는 것처럼 호텔롯데도 상장자금으로 지주사 예비체제를 만들고 결국 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과 합해 강한 중심 체계를 구축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증권가에선 이 합병 전후로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지분과 지주사 지분을 스왑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지분을 스왑하면 호텔롯데는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고 신 회장은 호텔롯데(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개최 후 사흘만인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br><br>신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상정된 2건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승리를 거두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섰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개최 후 사흘만인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br><br>신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상정된 2건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승리를 거두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섰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벌리기 위해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 등 자신의 지분이 더 많은 계열사들을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을 상장시키면서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롯데정보통신 지분과 대홍기획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일부를 스왑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은 셈을 복잡하게 한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각 롯데쇼핑 13.46%, 13.45%를 보유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만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도 함께 높아진다. 아직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합병안을 찬성할지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지배구조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순환출자구조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롯데쇼핑과 롯데알미늄의 순환출자구조가 복잡한데 두 기업 간 연결고리를 끊어 순환출자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상장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하나로 묶어 지배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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