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파워' ISS가 뭐길래, 규제 공백 '의결권 자문업자'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5.06.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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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자 의결권에 영향력 절대적…국내 관련 법규정은 없어, "이해상충 방지 등 제도적 장치 필요"

7월 초 나올 주총 안건 분석회사인 ISS의 보고서가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50,100원 ▲100 +0.07%) 합병안 통과에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ISS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ISS는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국내 어떤 법의 규제도 받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1985년 세워졌으며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영국, 프랑스, 벨기에,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등에 각각 거점이 있으며 직원 수는 500여명이다.

주 업무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인수 합병(M&A) 등 주주총회 주요 안건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 자문을 한다. 1700여개 기관 투자자에게 115개국 3만3000여개의 상장사 주총 안건을 분석해준다. 의결권 자문업 분야에서 ISS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2위 업체 글라스 루이스(Glass Lewis & Co.)와 함께 과점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이룬다.



ISS가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ISS의 주총 의안 분석 가운데 의결권 행사에 실제 반영되는 경우가 74.3%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계 기관은 ISS 보고서의 권고와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내부 절차를 거쳐 따로 소명해야할 정도로 ISS의 영향력이 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ISS가 파장을 몰고 온 사례가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2013년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KB금융의 'ISS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ING생명 인수 무산 등으로 사외이사와 갈등을 빚던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박동창 부사장 등은 ISS를 이용해 외국계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외이사 해임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ISS에 관련된 내부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공개 정보의 외부 제공을 금지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박 전 부사장 등은 당국의 징계를 받았고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2013년1월에는 동아제약의 '박카스 자회사 분할안' 통과 당시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정관 개정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이때도 ISS가 신주발행 물량에 따른 비상장사에 대한 영향력 감소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고, 대다수 외국인 투자자가 여기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에도 외국인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업자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 등 우리 법체계에서는 의결권 자문업자를 규정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예컨대 ISS가 삼성물산의 합병안 보고서를 내놓는 과정에서 취득한 여러 정보(금융지주사가 아닌 일반 기업의 경우 단순 정보제공 자체는 문제되지 않음)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고서를 만드는지 등을 확인하고 규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의결권 자문업자의 이해상충 문제와 정보의 정확성·투명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문 의견이 해당 회사의 의결권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의결권 자문업을 미국처럼 투자자문업의 일종으로 분류해 관련 규정을 적용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ISS의 해외 자회사가 해당 국가의 투자자문업자로 등록돼 관련 규제를 적용받기도 한다"며 "선관 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내부통제 구축 등을 규정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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