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배구조원은 내달 17일 합병안건이 상정되는 주총을 2주 앞둔 내달 3일까지 국민연금에 합병안에 대한 찬반여부 권고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단체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요 상장사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 해당 안건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리해 보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의안분석 서비스 업체인 ISS가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안건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이 합병비율(1대 0.35)을 현재 시장가로 산정한 것은 현행법에 따른 것인데 그렇다고 합병 당사자들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글로벌 기준을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국내 대표기업들에게서 지배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이 잇따르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현대차 (253,000원 ▲2,500 +1.00%)가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해 주가도 폭락한 것은 최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무기력에 기인했다는 게 지배구조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 (81,900원 ▲300 +0.37%)의 내분사태나 대한항공 (21,400원 ▼300 -1.38%)의 '땅콩회항' 사건도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나 오너의 전횡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부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1개사가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이상이며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다른 상장사들을 합하면 비중이 30%를 훌쩍 웃돈다. 3세승계 과정에서 잡음으로인한 지배구조 취약화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에서도 3세승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삼성그룹의 재편 및 승계과정과 맥이 닿아 있는 이번 사안의 향배는 여타 그룹의 승계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