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일터 옮기는 로봇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1.05.25 13:55

[MT리포트-서비스 로봇이 몰려온다]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 확산에 서비스 로봇시장 급팽창

편집자주 | 치킨로봇, 커피로봇, 헬스로봇, 방역로봇, 배달로봇. 공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들이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서비스 로봇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비대면 일상을 불러온 코로나19(COVID-19)는 이 같은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관망하던 투자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형 로봇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로봇카페 100호점 돌파 기념, 아메리카노가 1500원', 김미래 씨는 오늘도 '바리스타 로봇'이 뽑아준 커피를 들고 출근한다. 이벤트 가격도 매력적이지만 고객 선호에 맞춰 타주는 커피에 이미 익숙해졌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 일정을 잡혀 오전 일찍 헤어숍을 다녀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최근 구매한 '헤어케어로봇'으로 해결했다. 이 로봇은 높은 수압으로 두피 노폐물·각질을 씻어내고 24개의 로봇 손가락이 두피 마사지와 함께 헤어스타일까지 잡아줘 회의 준비시간을 벌 수 있었다. 회사에 들어서자 '방역로봇'이 김 씨의 체온을 재고 몸 소독도 실시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달로봇'이 미리 주문한 도시락을 책상까지 가져다준다. 메뉴는 '치킨로봇'이 만든 치킨버거다. 퇴근 후엔 고령으로 쇠약해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요양병원에 들렀다. 병실에 들어서자 병원용 '물류로봇'이 입원환자의 약과 식사를 운반하고 있었다. 최근 어머니 거동이 불편해지고 코로나19(COVID-19)로 간병인 쓰기도 쉽지 않게 되자 김 씨는 최근 자동 배설처리로봇을 구매해 쓰고 있다. 이 로봇은 사용자가 배변, 배뇨를 했을 때 센서가 자동 감지해 누워 있는 상태에서 배설물의 자동 흡입·세정·제습까지 해준다.

헤어케어로봇/사진=파나소닉
◇로봇, 인간 삶 속으로=이는 김 씨의 하루를 현재 시판 중인 서비스 로봇들로 재구성해본 것이다. 이뿐 아니라 홈서비스로봇, 웨어러블(착용형)로봇, 수술·재활로봇 등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면서 이른바 '서비스 로봇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은 공장 자동화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인간을 위해 일을 하는 로봇을 말한다. △가사 △헬스케어 △교육문화 분야의 개인 서비스 로봇과 △의료 △건설·농업·해양 △물류 △사회 안전·극한 작업 △군 등의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서비스로봇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데다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이 '로봇'을 미래 유망시장으로 보고 앞다퉈 투자하면서 서비스 로봇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31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오는 2024년 1220억 달러(137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29%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서비스 로봇의 성장세가 감지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19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로봇 시장규모는 5조3351억원이며, 이중 전문 서비스 로봇이 3199억원, 개인 서비스 로봇이 3159억원을 차지했다.

여전히 제조업용 로봇(2조9443억 원), 로봇 부품·소프트웨어(1조7550억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방역로봇, 배송·물류로봇, 의료로봇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문 서비스 로봇의 경우 2018년(2953억 원) 보다 8%(246억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지면서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호텔로봇 이미지/사진=KT
◇로봇 종횡무진에 투자 열기도 '후끈'=서비스 로봇은 이미 다양한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전주시와 함께 24시간 대기질 측정이 가능한 자율주행로봇을 시범 운영 중이며, KT는 투숙객에게 수건·생수를 배달하는 호텔로봇을 실전 배치했다. 삼성전자는 식사 테이블 세팅, 식기 정리 등을 하는 집사로봇 '삼성봇 핸디'를 올초 공개했고,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도 도심 빌딩 안을 돌아다니며 배달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배달로봇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엔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이송로봇 제조사인 라온테크는 지난달 예비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카이스트(KAIST)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로 유명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앞서 지난 2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수술 로봇시스템 ‘레보아이(Revo-i)/사진=미래컴퍼니
◇고령화와 함께 '의료봇' 주목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 중 향후 가장 주목받을 분야로 수술·재활로봇을 꼽았다. 노인 인구 증가 등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의료비 증가, 생산인구 감소 등이 전 세계 공통된 시급 과제인데다 확실한 수급처인 병원에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서다.

실제로 임플란트 수술 로봇 '요미'를 개발한 미국 의료로봇 스타트업 '네오시스'가 작년 7200만 달러(약 8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이스라엘 안과 수술 로봇 스타트업 '포사이트'가 110억 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국내에선 토종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규제 개선·부품 국산화 숙제=하지만 로봇 시장 성장이 기대만큼 순탄치 많은 않다. 일각에선 강한 규제로 의료용 로봇 개발·상용화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까다로운 식약처 인허가 과정,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나 긴 사업화 기간에 대한 부담감 등이 기업들의 진출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바이오 로봇의 경우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이 엉켜 법률 개정이나 승인이 장시간 걸릴 때가 많은 데 그러면 신기술 적용·산업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미래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조정 및 선제적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서비스로봇 주도권을 쥐려면 '부품 국산화'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조정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여파로 국내 로봇 분야는 모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 수급에 큰 차질을 겪었다. 조 연구원은 "로봇 센서·그립퍼·감속기·엔코더 등의 국산화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 로봇용 멀티센서·피부·정밀제어시스템 등 미래·선도 기술도 동시에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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