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엔 비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잠긴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20.08.15 07:00

[MT리포트-더 세진 기후변화, 이제부터가 시작]①

편집자주 | 올 여름 기상이변에 따른 최장 장마가 대한민국을 물 바다로 만들면서, 그동안 기후변화를 먼 나라 얘기로만 알던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 Zero·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수준으로 줄이지 않을 경우 더 큰 기후변화 피해가 야기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이젠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장 장마는 기후 변화의 서곡에 불과하다. 이미 1900년대 초반보다 평균 기온이 1.8도나 상승한 대한민국은 거대한 기후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위치했다.

5월부터 한반도를 달구는 폭염과 여름 장대비는 이미 일상이 됐다. 대한민국을 특징 짓던 소나무 등 침염수림대가 기온 상승으로 점차 사라지고 아열대성 작물이 한반도에 자리 잡는 등 식물 자원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2050년까지 기후 변화로 전 세계에서 1경원이 넘는 어머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의 생존과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인류 생존·경제 좌우하는 기후변화


중부지역 장마가 49일째 지속되며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수위가 높아져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시작된 장마는 이날로 53일째를 맞았다. 2013년 49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장마가 가장 늦게 그친 1987년(8월 10일) 기록도 훌쩍 넘어섰다.

환경부, 기상청이 작성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보면 여름 집중 호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다. 아열대 기후의 특징처럼 빨리 시작하고 기간도 확대 됐다.

올 여름 장마는 기록적 호우를 뿌리며, 곳곳에서 물난리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중국 싼샤댐 붕괴 우려, 일본 남부지역의 수해 등 기후의 공격은 한국만 겪고 있는 현상도 아니다. 아프리카에는 사상 최대 가뭄 피해를, 시베리아와 호주, 유럽에는 역대 최고 폭염을, 북미에는 역대 최대 허리케인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빨리 시작하고 오래 뿌리는 장마



여름철 강수량 증가는 북서태평양 고기압 확장, 인도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한반도 남쪽에 있던 북서태평양 고기압은 서쪽으로 확장, 한반도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늘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다 온도 상승이 여름철 한반도 상공을 수증기로 가득 채운 것이다.

무서운 예측은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여름철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한강 인근 저지대는 모두 물에 잠길 정도의 호우가 내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대기 자체는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며 "올해처럼 수증기가 많은 상황에서 비 내리는 역할을 하는 장마 전선이 머무르면 강수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겨울, 온도 오르면서 한파도 잦아져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가 찾아온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변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후변화는 계절의 모습도 바꾼다. 5월과 9월의 폭염, 열대야는 흔한 일이 됐다. 6~8월로 규정된 여름은 이제 사전적 의미에 불과해졌다. 일년 중 절반은 아열대 지방처럼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가 된다.


평균 온도가 오른 겨울철은 역설적으로 기온이 갑자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도 잦아졌다. 북극과 중위 지역 온도 차에 따라 발생하는 제트 기류가 북극 온도 상승으로 느슨해진 결과다.

온실가스 감축 등 온도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 3종 세트인 폭염, 폭우, 한파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인류가 받는 위협도 커진다.


WWF, 2050년까지 전세계 기후변화 피해 1경1690조원


기록적인 장마로 출하에 차질을 빚은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온라인 주문으로 배송될 채소를 카트에 옮겨 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후변화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가져온다.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2018년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48명이다. 온열질환자 감시체계가 처음 운영된 2011년 6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2018년 폭염의 무서움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역시 이달 중후반부터 무더운 날씨가 예고됐다.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크다. WWF(세계자연기금)가 최근 발표한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s)’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4790억 달러(약 568조원), 2050년까지 총 9조8600억 달러(약 1경169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한국은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11조854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당장 다음 달 말 추석을 앞두고 농작물 피해로 밥상 물가가 급등할 전망이다. 서비스업 중 관광업, 레저업 등은 기후변화로 가장 위축될 산업이다. 기후변화 여파가 큰 지역에 공장을 둔 제조업 기업은 공장 이전을 고민할 처지에 놓였다.

이동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한국기후변화학회장)는 "기후 변화는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기업은 기업 이전 등 물리적 위험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는 경제가 가장 경계하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전환, 녹색성장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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