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닮아가는 한국 날씨…"2050년 겨울, 10도 오르면?"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7.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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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습격]

(평창=뉴스1) 고재교 기자 = 강원 중·북부산지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25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휴게소 인근에서 제설장비를 동원한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2020.2.25/뉴스1(평창=뉴스1) 고재교 기자 = 강원 중·북부산지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25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휴게소 인근에서 제설장비를 동원한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2020.2.25/뉴스1


21세기 말엔 한반도에서 눈이 사라질까.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에서 한국은 특히 기온 상승 폭이 큰 국가다. 겨울만 되면 맞는 눈도 기후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원도 설악산 같은 고지대에선 여전히 눈이 내리겠으나 강설 일수는 확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으로 우리 삶과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기후변화의 단면이다.

환경부, 기상청은 28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정책소통 워크숍을 열고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이하 보고서)을 공동 발표했다. 2014년 이후 6년 만에 나온 보고서로 지구 온난화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 기후는 어떻게 변할지 담고 있다.



전 지구 평균 지표온도는 1880~2012년 동안 0.85도 올랐다. 반면 한국은 비슷한 기간인 1912~2017년에 1.8도 상승했다. 특히 최근 들어 늦봄인 5월에 한여름 못지 않은 이상 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열대야는 과거 3~4일에서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 현재대로면…21세기 후반 기온 4.7도 상승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앞으로 한반도는 지난 100년보다 더 심한 기후 변화를 겪게 된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할 경우(RCP 8.5) 2071~2100년에 한반도 기온은 4.7도 오른다고 내다봤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효력을 발생하면(RCP 4.5) 기온은 2.9도 상승할 전망이다. 201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전과 2도 밑으로 사수하자는 파리협정을 크게 위배하는 수준이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인 RCP 8.5를 적용하면 70년 후인 2090년 연간 폭염 일수는 10.1일에서 35.5일로 크게 늘어난다. 폭염은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무더위를 의미한다. 역대 가장 더웠던 2018년 폭염 일수는 31.5일이었다.

겨울에도 온도가 오르면서 눈 내리는 날이 확연하게 감소한다.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부교수는 "RCP 8.5를 따를 경우 미래에 눈이 오는 날이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며 "다만 기온이 4.7도 오르더라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 고지대 등에선 눈이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벼 생산 25% 감소…사과나무 사라진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여름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는 절기 소만(小滿)인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0.5.20/뉴스1(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여름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는 절기 소만(小滿)인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0.5.20/뉴스1
기온 상승은 생태계, 농업, 해양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90년 벼 생산량은 25% 줄어든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재배지 북상으로 전 국토의 4분의 1은 벼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옥수수(-10~20%, 여름감자(-30%)도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양파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생산량이 늘어난다.

사과의 경우 재배하기 적당한 밭이 아예 사라진다. 복숭아, 배, 사과도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와 달리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온주밀감)은 강원도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에선 키우기 어려워진다.

벚꽃 개화시기는 11.2일 빨라진다고 예상했다. 올해 4월 4일에 처음 피었던 서울 벚꽃을 70년 후엔 3월 24일부터 볼 수 있게 된다. 소나무숲은 2080년에 현재보다 15% 줄어든다고 관측됐다. 반면 아열대 작물인 온난대 상록수림은 북한 동해, 서해안 지역에 모두 분포할 수 있을 정도로 북상한다.

뎅기열·지카바이러스 토착화할 수도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20일 오전 경북 포항북구보건소 기동방역반원들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수관로 등에 연막소독을 하고 있다. 2019.8.20/뉴스1(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20일 오전 경북 포항북구보건소 기동방역반원들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수관로 등에 연막소독을 하고 있다. 2019.8.20/뉴스1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2050년 국내 겨울철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갈 경우 흰줄숲모기가 토착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곤충으로 주로 동남아에서 서식하고 있다.

해양 및 수산 분야에선 지난 40년 동안 수온 상승으로 대형 어종인 삼치, 방어를 포함해 전갱이, 정어리, 살오징어가 북상하고 있다. 참가리비 양식 남방한계선은 1980년대 포항연안에서 강원도 북부해역으로 올라왔다. 보고서는 앞으로 수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적조 발생 해역은 점차 넓어진다고 예상했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현상들의 원인과 특성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과학적 근거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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