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구원은 트럼프"…美 제재 바라는 홍콩 시민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20.05.29 13:38

홍콩 SCMP "백악관 조치가 홍콩 정세 결정하게 될 것"

홍콩 시위대가 국가안보법 제정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향후 홍콩이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어떻게 홍콩이 미중 전쟁터에서 볼모로 전락하게 됐는가"라며 "백악관의 다음 행보가 향후 홍콩 정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과 함께 맞대응 방안을 밝힐 방침이다.



트럼프 "中 마음에 안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일 중국 관련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벌어진 일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전세계 도처 186개국이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이번주 안에 이것을 듣게 될 것이며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책임론에서 확대되오던 미중 갈등이 홍콩 문제로 또 다시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11월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홍콩인권민주화법(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을 제정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경우 중국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이는 미 국무장관이 매년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지 인증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이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된 것으로 판단해 특별지위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홍콩이 더이상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여부가 주목된다. 중국과 달리 홍콩에만 특별히 부여했던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의 혜택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왜 홍콩 시민들은 '특별지위 박탈'을 원할까


홍콩 반중시위대가 미국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AFP
"우리가 타면, 당신(중국 당국)도 우리와 함께 타버릴 것."

홍콩 시위대는 이 같은 의미의 '라암 카우'(lamm caau) 전략을 쓰고 있다. SCMP는 "시위대는 이 조치가 홍콩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당국에 압력을 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미국은 홍콩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할 수 있어 홍콩의 투자 매력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불리하다. 해외에서 투자받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상당수인데 홍콩 IPO(기업공개)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홍콩 시위대는 미국에 특별지위를 박탈해서라도 중국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는 28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우리의 유일한 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까지는 중국에 매우 엄격한 제재를 내리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TrumpSavesHK'(트럼프가 홍콩을 구한다) 캠페인을 벌여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호소하는 편지를 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미국에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포함해 여러 가지 조치를 이행해줄 것을 요구하며 "중국 공산당 정부는 너무 늦기 전에 홍콩보안법 법제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어떤 조치든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 걸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다만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제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홍콩이 모든 특혜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특별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미국의 강한 제재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의 롼쭝저 부원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런 위협은 우리의 법안 처리를 막기엔 헛된 일"이라며 "미 정부가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미 정부는 (홍콩보안법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중일 것"이라면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회할 경우 미국의 국익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중국에 온갖 비난을 돌리는 것을 재선의 길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이제 어떤 부담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과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응징이 두 강국 사이 보다 전방위적인 대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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