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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호응할 필요…TSMC 견제도 절실━
미국 정부가 먼저 겨냥한 업체는 TSMC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개정 수출규정은 TSMC가 화웨이 거래를 끊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관심은 향후 삼성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시설 확대 방안에 관심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2%포인트 줄었다. TSMC는 1분기에 전년보다 6%포인트 오른 54.1% 점유율을 기록, 양사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공장을 미국 본토에 짓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며 "미국 대형 고객사에 대응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협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이미 오스틴 공장 인근 부지를 확보해 마음만 먹으면 신규 공장 건설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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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미 20조원 투자…공장 증설 가능성 낮아━
TSMC가 미국에 짓기로 한 공장은 웨이퍼 2만장 규모로 대만 내 최첨단 공장의 5분의 1 수준이다. 투자액도 9년간 120억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삼성의 미국 공장 투자액보다 작다. TSMC의 이번 투자 발표가 미국 정부의 요구에 응하는 '제스처'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단 평가다.
이미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삼성전자를 미국 정부가 압박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제재가 삼성전자가 아닌 화웨이(자회사 하이실리콘)와 TSMC를 중점 겨냥한 점도 삼성전자가 기존 라인의 캐파(생산량) 증설이 아닌 별도 공장 착공을 무리하게 강행할 가능성을 낮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SMC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현재 라인의 캐파를 늘리거나 기술공정을 현재 14나노(nm·1nm=10억분의 1m) 중심에서 첨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투자를 진행할 수는 있다"며 "단 별도 공장을 짓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이 모두 미국에 있지만 규모의 경제나 공급망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 세울 월 2만장 규모의 공장이 경제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12인치 파운드리를 가동하고 EUV(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되는 최첨단 공정은 한국에 두고 있다"며 "TSMC에 대응해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추가 증설과 관련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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