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맞벌이 재택근무 나흘째, 집이 좁아졌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0.03.28 10:34

편집자주 |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복부인을 꿈꾸나 역량 부족이라 다음 생으로 미룹니다. 이번 생은 집을 안주 삼아 '집수다'(집에 대한 수다)로 대신합니다. 짬 나는대로 짠 내 나는 '집사람'(집에 얽힌 사람) 얘기를 풀어봅니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한 달 가까이 재택근무 중. 유년기 이후 최초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나날입니다. 공적 마스크를 사러 나가는 것도 귀찮고 식자재는 온라인 배송으로 구매하니 바깥 공기 쐴 일도 없습니다.

이번 주 들어 집사람까지 재택근무 대열에 합류하자 의도치 않게 집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오피스)가 됐습니다. 거실 식탁에 노트북을 펼친 한 사람과 서재 PC로 작업하는 나머지 한 사람.

사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겐 점심시간과 이따금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는 때를 빼곤 같이 재택근무를 해도 그닥 부딪힐 일이 많진 않습니다. 늘 그렇듯 전쟁은 식사 준비와 청소 등 근무시간 외 가사노동에서 비롯됩니다.

돌아서면 끼니 준비할 시간, 바깥 출입을 안 하는데 왜 집안에는 하루 만에 이리 먼지가 쌓이는지. 쌓여가는 택배 배달박스와 음식물 쓰레기에 슬슬 짜증이 밀려올 때쯤 다시 냉장고를 뒤적이며 '이번엔 뭘 먹지' 고민합니다.

잊고 있던 동기들과의 저녁모임. 공식모임은 취소됐는데 단톡방에선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가택연금'에서 해방되려는 남성동지들의 공모가 시작됩니다. "마누라 술상에 아이 간식까지 차리느라 염전노예가 따로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주택시장은 실물 견본주택 대신 온라인 모델하우스가 대세가 됐습니다. 이사수요가 급감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돈 되는 아파트에 '로또청약' 열기는 여전합니다만, 투자심리 역시 전만 못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갇혀' 지내는 하루하루가 계속되니 새삼 집이 전과 달리 보입니다. 분명 같은 집인데, 아침에 허겁지겁 나가 저녁에야 파김치가 돼서 쓰러져 자던 공간이 하루 24시간을 좌우합니다. 집 자체의 공간 효율성과 쾌적성이 삶의 질과 직결되게 된 셈입니다.

집은 '사는(buying) 곳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던 설교가 와닿지 않더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지금 비로소 집이란 공간이 다시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었고 강남의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이 비싸디 비싼 집을 우리는 얼마나 누리고 활용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사람 대신 쓸데없는 짐과 버리지 못한 물건이 3.3㎡당 1억원대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다면 그 집은 시세와 상관 없이 쾌적한 집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집 주인이 집과 짐에 눌려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뜻밖의 재택근무에 몇㎡짜리 집이냐보다 실제 몇㎡를 쓰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 규제 무풍지대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 소유가 아니라, 혹은 남의 집보다 덜 올라서 속상했다면 집안 곳곳을 한 번 둘러보는게 위안이 될 듯합니다. 내일을 예견하기 힘든 시기에 사회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 우리 집이니까요.

오늘은 한동안 포기했던 '미니멀 라이프'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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